개구리 멸종 위기 (키트리드균, 개구리 사우나, 항진균 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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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개구리 멸종 위기 (키트리드균, 개구리 사우나, 항진균 치료)

by trip.chong 2026. 2.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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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구리

개구리가 사우나를 한다는 말을 들으면 어떤 생각이 드시나요? 저는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농담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호주 맥쿼리 대학교 연구팀이 실제로 벽돌과 온실 구조물로 만든 '개구리 사우나'를 통해 멸종 위기종을 살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인간의 창의성이 얼마나 놀라운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새삼 느꼈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전 세계 양서류의 3분의 1 이상이 멸종 위기에 처해 있고, 그 중심에는 키트리드균이라는 치명적인 곰팡이가 있습니다. 이 균류는 지난 수십 년간 약 90종을 멸종시키고 500종 이상을 감소시킨, 척추동물 역사상 가장 파괴적인 감염병의 주범입니다.

키트리드균이 개구리를 죽이는 방식

키트리드균의 정식 학명은 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입니다. 여기서 Batrachochytrium dendrobatidis란 개구리, 두꺼비, 도롱뇽 같은 양서류의 피부에 감염되어 키트리디오미코시스라는 치명적인 질병을 일으키는 수인성 병원균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물을 통해 전염되는 곰팡이인데, 개구리의 피부에 달라붙어 피부 장벽을 녹여버립니다.

저는 개구리가 왜 이렇게 취약한지 궁금했는데, 알고 보니 양서류에게 피부는 단순한 보호막이 아니었습니다. 호흡과 수분 흡수, 체온 조절 같은 핵심 기능을 모두 피부를 통해 수행하기 때문에, 피부가 손상되면 심장에 부담이 가서 심장마비로 이어진다고 합니다. 한 연구자는 "키트리드균이 개구리의 피부를 파먹는다"고 표현했는데, 그 말을 듣고 나니 왜 이 질병이 그토록 치명적인지 이해가 됐습니다.

이 곰팡이의 확산 경로도 충격적이었습니다. 키트리드균은 단일 침입종이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진화한 여러 계통의 집합체이며, 야생동물 거래와 인간의 이동을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으로 추정됩니다(출처: 국제자연보호연맹). 우리가 무심코 이동하고 거래하는 과정에서 생태계 전체를 위협하는 질병을 퍼뜨린 셈입니다. 1970년대부터 시작된 대규모 양서류 집단 폐사의 원인이 곰팡이라는 사실을 밝혀내는 데만 20년 이상 걸렸다는 점도 안타까웠습니다.

개구리 사우나와 체온 상승 치료법

호주 시드니의 뜨거운 태양 아래, 작은 벽돌 구조물 안에서 초록황금종개구리들이 몸을 녹이고 있습니다. 앤서니 와들 박사가 고안한 이 '개구리 사우나'는 간단하지만 놀라운 효과를 보여줬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방법이 정말 효과가 있을까 의심했는데, 연구 결과를 보고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원리는 이렇습니다. 키트리드균은 서늘한 날씨에 번성하는 특성이 있어서, 겨울철에 개구리 개체 수를 급감시키지만 따뜻한 계절에는 감소합니다. 와들 박사는 이 계절적 패턴에서 힌트를 얻어, 개구리의 체온을 섭씨 약 30도(화씨 86도)까지 올리면 곰팡이가 견디지 못하고 죽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실제로 따뜻한 사우나에 접근할 수 있었던 개구리들은 몸을 데우면서 곰팡이를 빠르게 제거했지만, 시원한 곳에 있던 대조군 개구리들은 그렇지 못했다고 합니다.

더 놀라운 건 면역력 강화 효과였습니다. 열로 감염을 치료한 개구리는 재감염 시 생존 확률이 23배나 높았습니다. 저는 이 수치를 보고 솔직히 믿기지 않았는데, 사우나 요법이 단순히 곰팡이를 제거하는 것을 넘어 개구리의 면역 체계 자체를 강화한다는 점에서 장기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사우나는 제작 비용도 저렴해서 누구나 직접 만들 수 있도록 안내서까지 발간됐습니다. 하지만 모든 종에 효과가 있는 건 아닙니다. 예를 들어 고산지대에 사는 코로보리 개구리는 체온이 올라가면 오히려 죽을 수 있다고 합니다. 각 종의 특성에 맞는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는 걸 배웠습니다.

항진균 목욕과 장기적 보존 전략

캘리포니아 북부 캐스케이드 산맥에서는 또 다른 실험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조나 피오비아-스콧 박사 연구팀은 이트라코나졸이라는 항진균제를 희석한 용액에 어린 개구리들을 담가 치료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이트라코나졸(Itraconazole)이란 곰팡이 감염을 치료하는 데 사용되는 의약품으로, 인간의 무좀이나 칸디다증 치료에도 쓰이는 흔한 항진균제입니다.

연구팀은 6일 동안 매일 5분씩 수백 마리의 캐스케이드 산맥 개구리를 약물 욕조에 담갔고, 그 결과 치료받은 개구리가 첫 겨울을 살아남을 확률이 네 배나 높아졌습니다. 첫 겨울은 어린 개구리에게 가장 위험한 시기인데, 이 시기를 넘기면 성체가 되어 번식할 가능성이 훨씬 높아진다고 합니다(출처: 미국 국립보건원).

하지만 피오비아-스콧 박사는 이것이 "임시방편"일 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표현이 나올 때는 항상 더 깊은 문제가 있다는 신호였는데, 그의 설명을 듣고 이해가 됐습니다. 매년 항진균제를 투여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고, 결국 개구리 스스로 자연적인 저항력을 키우는 게 궁극적인 목표라는 겁니다.

그래서 연구팀은 항진균 치료를 다른 보존 전략과 병행하고 있습니다. 핵심 전략은 다음과 같습니다.

  • 치료 후 개구리를 과거 서식지로 재도입하여 개체 수 회복
  • 인근 건강한 개체군에서 개구리를 데려와 유전적 다양성 확보
  • 보호 구역 내에서 자연적 저항력이 발달할 시간 벌기

실제로 캘리포니아에서 중앙아메리카까지 키트리드균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았던 양서류들이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희망적이었습니다. 이는 곰팡이가 약해진 게 아니라 개구리들이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화는 생각보다 빠르게 일어날 수 있지만, 진화할 개체군 자체가 사라지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게 연구자들의 공통된 의견이었습니다.

개구리의 미래를 생각하면 여전히 불안합니다. 하지만 전 세계 연구자들이 사우나부터 약욕까지 창의적인 방법으로 시간을 벌어주고 있고, 일부 지역에서는 실제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희망을 발견합니다. 와들 박사는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해 개구리에게 자연적 방어력을 부여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라고 했는데, 2024년 10월 국제자연보호연맹이 합성생물학에 관한 정책을 채택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이런 기술적 개입이 윤리적으로 조심스럽긴 하지만, 멸종 직전의 종을 살릴 마지막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봅니다. 개구리 피부에는 항균 작용을 하는 수천 가지 화합물이 있고, 이는 항생제 내성 시대에 인간에게도 중요한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결국 개구리를 지키는 일은 우리 자신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science/chytrid-fungus-frog-sauna-bath-spc-c2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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