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기시대 요리법 (식물선택, 지역별차이, 현대연결)
본문 바로가기
과학

석기시대 요리법 (식물선택, 지역별차이, 현대연결)

by trip.chong 2026. 3. 11.
반응형

토기에 남은 탄 음식의 미세한 잔해
토기에 남은 탄 음식의 미세한 잔해를 분석한 결과, 연구자들은 석기 시대 요리사들이 복잡한 식단과 심지어는 조리법까지 가지고 있었을 것이라고 추측합니다.  Lara González Carretero/요크 대학 외.

 

여러분은 혹시 산에서 자라는 풀이나 열매를 보고 "저게 먹을 수 있는 건가?" 하고 궁금해하신 적 있으신가요? 저는 예전에 시골에 갔을 때 어른들이 산나물을 채집하시는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냥 눈에 보이는 걸 따는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수십 년간 쌓인 지식으로 특정 식물만 선별하고 계셨더군요. 최근 유럽에서 진행된 고고학 연구는 이런 식물 선택 능력이 무려 5,000~8,000년 전부터 존재했다는 놀라운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석기시대 수렵채집인들은 단순히 불에 고기를 구워 먹는 수준이 아니라, 다양한 식물과 동물 재료를 조합해 요리를 만들었다고 합니다.

석기시대 사람들은 정말 까다로운 요리사였을까요?

우리는 흔히 석기시대 사람들이 자연에서 얻은 것을 무작위로 먹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전혀 달랐습니다.

영국 리즈 대학교 연구팀은 고대 토기에 남은 음식 찌꺼기(푸드 크러스트, Food Crust)를 분석했습니다. 여기서 푸드 크러스트란 냄비 옆면에 눌어붙어 탄화된 음식물 잔해를 의미합니다. 연구진은 덴마크에서 러시아 동부까지 13개 유적지에서 출토된 토기 조각 85개를 조사했고, 그중 58개에서 식물 조각을 확인했습니다(출처: PLOS ONE).

놀라운 점은 석기시대 사람들이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수많은 식물 중에서도 특정 몇 가지만 선택적으로 사용했다는 사실입니다. 연구를 주도한 올리버 크레이그 교수는 "이들은 자신들이 구할 수 있는 모든 뿌리, 덩이줄기, 과일, 열매에 대한 깊은 지식을 가지고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저도 어릴 적 할머니께서 산에서 특정 나물만 골라 담으시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맛있는 것과 그냥 먹을 수 있는 것의 차이를 아셨던 거죠.

연구팀은 실제로 고대 레시피를 재현해보기도 했습니다. 잉어와 산딸기, 명아주와 사탕무를 섞어 모조 토기에 담아 불 위에서 조리한 것입니다. 이를 통해 고대 음식 껍질과 비교할 수 있는 새로운 샘플을 얻었고, 석기시대 사람들이 "음식을 조리하는 정교한 방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지역마다 다른 음식 문화가 이미 존재했다고요?

더욱 흥미로운 건 지역별로 음식 선호도가 달랐다는 점입니다. 같은 재료를 구할 수 있는 환경이었음에도 각 지역만의 독특한 조리법이 존재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 우크라이나-러시아 국경: 민물고기와 야생 풀을 함께 조리
  • 러시아 중부: 물고기와 비름(아마란스)을 선호
  • 덴마크: 아마란스 중에서도 특히 꽃 부분을 사용

여기서 아마란스(Amaranth)란 곡물처럼 먹을 수 있는 식물로, 단백질과 미네랄이 풍부한 식재료입니다. 현대에도 슈퍼푸드로 주목받고 있죠. 재미있는 건 덴마크 사람들이 아마란스 중에서도 꽃만 골라 사용했다는 점입니다. 크레이그 교수는 이를 "의식적인 선택"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는 이 부분을 읽으면서 지역마다 김치 종류가 다른 우리나라가 떠올랐습니다. 같은 배추를 써도 경기도와 전라도의 김치가 다르듯, 석기시대에도 이미 지역별 음식 문화가 형성되어 있었던 겁니다. 실제로 여러 샘플에서 발견된 비부르눔 열매(겔더 로즈 열매)는 현재도 폴란드,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역에서 식용으로 사용됩니다. 수천 년이 지나도 이어지는 식문화인 셈이죠.

영국 엑서터 대학교의 마크 로빈슨 부교수는 "석기시대 사람들이 사냥에만 의존했다는 생각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Exeter). 그는 이번 연구가 석기시대 사람들의 "정교한 식물 활용 접근법"을 보여준다고 평가했습니다.

이 연구가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저는 이 연구를 접하고 나서 현대인인 제가 오히려 식재료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트에서 포장된 음식만 사 먹다 보니 어떤 식물이 먹을 수 있는지, 어떤 조합이 맛있는지 전혀 모르게 된 거죠.

석기시대 사람들은 리파제(Lipase)나 아밀라아제(Amylase) 같은 효소 개념은 몰랐겠지만, 경험을 통해 어떤 식물이 소화에 좋고 맛이 좋은지 알고 있었습니다. 여기서 리파제란 지방을 분해하는 효소를 말하며, 아밀라아제는 탄수화물을 분해하는 효소입니다. 현대 과학이 이런 효소들의 작용 원리를 밝혀냈지만, 고대인들은 이미 실생활에서 그 효과를 체득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다만 로빈슨 부교수가 지적했듯, "음식이 어떻게 조합되어 식사가 만들어졌는지, 요리 전통과 조리법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발전했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아는 게 적습니다. 토기에 남은 흔적만으로는 조리 순서나 불의 세기, 조리 시간 같은 세부 정보를 알기 어렵기 때문이죠.

제 경험상 이런 연구는 우리에게 겸손을 가르쳐줍니다. 고대인들이 원시적이고 무지했을 거라는 편견을 깨뜨리고, 그들도 우리만큼 세심하고 지적이었다는 걸 보여주니까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수단이 아니라 문화이고 지식이며 정체성입니다. 석기시대 사람들도 그걸 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앞으로 여러분이 산이나 들에서 자라는 식물을 보신다면, 한 번쯤 "저건 먹을 수 있을까? 옛날 사람들은 저걸 어떻게 요리했을까?" 하고 궁금해하시길 바랍니다. 그런 호기심이 바로 수천 년 전 우리 조상들이 가졌던 자연에 대한 깊은 관심의 시작이었을 테니까요. 저 역시 다음에 시골에 가면 어른들께 더 자세히 여쭤보고 배워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게 바로 현대와 과거를 잇는 가장 자연스러운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3/09/science/stone-age-cooks-menu-pottery-scli-intl
https://journals.plos.org/plosone/
https://www.exeter.ac.uk/

반응형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