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킨들창코원숭이 (멸종위기, 서식지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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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킨들창코원숭이 (멸종위기, 서식지보전)

by trip.chong 202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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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채널을 돌리다가 멸종 위기 동물 이야기가 나오면 무심코 보게 되는 경험, 한 번쯤 있으시죠? 저도 그런 편인데, 이번에 베트남 최북단 숲에 사는 원숭이 이야기를 접하고서는 채널을 돌리지 못했습니다. 한때 멸종됐다고 여겨졌던 통킨들창코원숭이가 특정 지역에서는 개체 수를 세 배 이상 회복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단순한 자연 다큐 한 편으로 넘기기엔 이 이야기 안에 담긴 구조가 꽤 묵직했습니다.

멸종위기종이 살아 돌아온 현장 — 카우 카의 서식지보전 전략

혹시 어떤 동물이 이미 사라진 줄 알았는데 다시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신 적 있으신가요? 통킨들창코원숭이(Tonkin snub-nosed monkey)가 딱 그런 케이스입니다. 1980년대에는 많은 전문가들이 이 원숭이를 사실상 멸종 상태로 봤습니다. 그러다 1990년대 재발견됐고, 2002년에는 베트남 카우 카(Khau Ca) 지역에서 단 50마리의 개체군이 확인됐습니다.

그로부터 20여 년이 지난 지금,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국제 야생동물 보호 단체인 파우나 앤 플로라 인터내셔널(Fauna & Flora International)이 2025년 10월과 11월에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카우 카 보호구역 내 개체 수가 160마리까지 늘었습니다. 이는 현재 알려진 전체 종의 약 80%에 해당하는 수치입니다(출처: Fauna & Flora International).

이 조사에서 저를 놀라게 한 건 숫자보다 방법론이었습니다. 보호 부서와 지역 주민 30여 명이 10개 조로 나뉘어 10일 동안 1,000헥타르에 달하는 공원 전역을 직접 누볐습니다. 열화상 드론을 활용했는데, 열화상 드론이란 동물의 체온을 적외선으로 감지해 야간이나 밀림 속에서도 위치를 파악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여기에 오디오 모스(AudioMoth)라는 스마트 음향 센서도 함께 사용했습니다. 오디오 모스란 야생 동물의 울음소리나 특정 주파수를 자동으로 감지하고 기록하는 소형 녹음 장치로, 사람이 직접 관찰하지 않아도 개체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사람 손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까지 데이터를 확보한다는 점에서 현대 보전 생물학(conservation biology)의 변화를 실감했습니다.

보전 생물학이란 생물 다양성을 유지하고 멸종 위기종을 보호하기 위해 생태학과 유전학 등을 융합한 응용 과학 분야입니다. 제가 예전에 국립공원 탐방로에서 사람들이 펜스 너머로 들어가 식물을 꺾는 모습을 봤을 때, 당장의 피해는 작아 보여도 이런 행동이 누적되면 특정 종의 서식 환경 자체가 무너질 수 있다는 걸 그때는 막연하게만 느꼈습니다. 이번 카우 카 사례를 보고서야 그 감각이 구체적으로 연결됐습니다.

카우 카 보전 프로젝트의 핵심 성공 요인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공식 보호구역 지정을 통한 장기적 서식지 관리 법적 근거 확보
  • 지역 주민을 순찰대로 편입해 새로운 소득원을 창출하는 지역공동체 참여 모델
  • 열화상 드론, 오디오 모스 등 첨단 기술을 활용한 정밀 개체 수 조사
  • 연료 효율 난로 보급을 통한 장작 수요 50% 감소 및 산림 훼손 억제

같은 종, 다른 운명 — 꽌바 지역이 보여주는 제도의 힘

그렇다면 왜 같은 원숭이가 어떤 숲에서는 살아남고, 다른 숲에서는 사라졌을까요? 카우 카에서 불과 몇백 킬로미터 떨어진 꽌바(Quan Ba) 지역 이야기를 들으면 이 질문이 더 선명해집니다.

꽌바는 한때 통킨들창코원숭이의 두 번째로 큰 서식지였습니다. 2007년 상당한 규모의 개체군이 처음 확인됐고, 당시 파우나 앤 플로라는 세 개의 지역사회 보존팀을 꾸렸습니다. 그런데 2020년 이후 순찰대는 단 한 마리도 목격하지 못했고, 2024년 실시된 가장 최근 조사에서도 원숭이의 흔적을 찾지 못했습니다.

가장 큰 원인은 카다멈(cardamom) 재배입니다. 카다멈은 식재료와 한약재로 쓰이는 향신료인데, 재배 과정에서 숲의 상층부 수관(樹冠, canopy)을 걷어내야 합니다. 수관이란 나무 꼭대기 부분이 서로 맞닿아 형성하는 숲의 지붕층으로, 통킨들창코원숭이처럼 높은 곳에서 생활하는 수상 영장류(arboreal primate)에게는 생존에 필수적인 이동 경로이자 은신처입니다. 수상 영장류란 나무 위에서 대부분의 생활을 영위하는 영장류를 뜻합니다. 수관이 사라지면 이 원숭이들은 이동 경로 자체가 끊깁니다.

저도 솔직히 처음에는 "그냥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 되는 거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파편화된 서식지 문제를 알고 나니 그게 얼마나 단순한 생각이었는지 알게 됐습니다. 서식지 파편화(habitat fragmentation)란 원래 연결되어 있던 숲이 도로, 농경지, 인간 거주지 등에 의해 작은 조각들로 분리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이미 파편화된 환경에서 수관까지 사라지면 원숭이들은 말 그대로 갈 곳이 없어집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걸렸던 건 꽌바가 공식 보호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카우 카처럼 법적 지위가 없으니 장기 서식지 관리나 외부 인력 통제에 한계가 생깁니다. 보호 의지가 있어도 제도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결과가 이렇게 달라진다는 게, 단순히 자연보호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과 행정의 문제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이 서식지 보호의 법적 지위를 멸종위기종 회복의 핵심 요건으로 분류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출처: IUCN Red List).

다행히 파우나 앤 플로라는 꽌바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현재 카우 카와 꽌바를 잇는 야생동물 통로(wildlife corridor) 조성 작업이 진행 중입니다. 야생동물 통로란 파편화된 서식지 사이를 연결해 동물들이 안전하게 이동하고 유전자를 교류할 수 있도록 만든 생태 연결 구간입니다. 이 통로가 완성된다면 카우 카에서 회복된 개체들이 꽌바로 자연스럽게 확산될 가능성도 열립니다.

결국 카우 카의 성공은 기적이 아니었습니다. 지역 주민의 참여, 첨단 모니터링 기술, 그리고 공식 보호구역이라는 제도적 뒷받침이 함께 맞물려 만든 결과입니다. 꽌바의 안타까운 상황은 그중 어느 하나만 빠져도 전혀 다른 결말이 나온다는 걸 보여줍니다.

멸종 위기 동물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내가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는 무력감이 드는 건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생각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지역 주민 한 명 한 명의 순찰이 쌓여 160마리를 지켰듯, 일상에서의 작은 선택들 — 불필요한 일회용품 줄이기, 분리수거, 환경 이슈에 관심 가지기 — 도 결국 어딘가의 숲과 연결된다고 생각합니다. 통킨들창코원숭이가 카우 카에서 보여준 회복의 증거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았으면 합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science/tonkin-snub-nosed-monkey-vietnam-c2e-hnk-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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