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학 (해양 산성화, 열염순환, 챌린저 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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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해양학 (해양 산성화, 열염순환, 챌린저 탐사)

by trip.chong 2026. 4.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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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00년, 바다의 pH가 7.7까지 떨어질 수 있다는 예측이 있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접했을 때 솔직히 숫자 하나가 뭐가 그리 대수냐 싶었습니다. 그런데 바닷가에서 조개껍데기를 줍다가 문득 이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이 껍데기를 만들어낸 생물들이 산성화 된 바다에서는 껍데기 자체를 유지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을. 그날 이후로 바다를 보는 눈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해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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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성화 되는 바다, 무너지는 먹이사슬

해양 산성화(Ocean Acidification)란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바닷물에 녹아들면서 바다의 산도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바다가 점점 '시어지는' 것입니다. 산업화 이전 바다의 pH는 약 8.2였는데, 현재는 이미 8.1 아래로 내려간 상태입니다. 0.1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pH는 로그 척도로 측정되기 때문에 실제 수소이온 농도의 변화는 훨씬 큰 폭입니다.

제가 직접 바닷가를 걸으면서 조개나 성게를 봤을 때는 그냥 신기한 바다 생물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들이 탄산칼슘(CaCO₃)으로 이루어진 껍데기와 골격을 유지한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탄산칼슘은 pH가 낮아질수록 물에 잘 녹아버리는 성질이 있습니다. 즉, 바다가 산성화 될수록 굴, 바지락, 산호, 성게 같은 석회질 생물들이 껍데기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게 됩니다.

특히 저는 산호에 관한 부분이 마음에 걸렸습니다. 산호초는 단순한 관광 명소가 아니라 전체 해양 어류의 약 25%가 서식하는 생태계의 핵심 거점입니다. 산호가 무너지면 그 위에 얹혀 있는 생태계 전체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그 흔들림은 결국 우리 식탁까지 이어집니다. 제 경험상 이런 연결고리를 막연하게 '환경 문제'로 뭉뚱그려 이해할 때와, 구체적인 생물 이름을 떠올리며 이해할 때의 무게감은 전혀 다릅니다.

더 신경 쓰이는 건 익룡류(Pteropods)와 같은 부유성 플랑크톤입니다. 익룡류란 바다 위를 떠다니며 살아가는 작은 연체동물로, 극지방과 냉수해역 생태계의 먹이사슬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합니다. 이 작은 생물들의 껍데기가 산성화로 인해 녹아버리면, 이를 먹이로 삼는 대구나 연어 같은 어류도 직격탄을 맞습니다. 현재 해양 화학 변화의 속도는 지질사적으로도 유례없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출처: 한국해양과학기술원).

해양 산성화가 일어나는 이유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화석연료 연소, 산업 활동 등 인위적 이산화탄소 배출 증가
  • 대기 중 CO₂의 약 30~40%가 해양에 흡수되어 탄산(H₂CO₃) 형성
  • 탄산이 분해되면서 수소이온이 늘어나 pH 하강
  • 탄산염 이온 농도 감소로 탄산칼슘 껍데기·골격 형성 어려워짐

바다가 지구의 온도를 조절하는 방식, 열염순환

해양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처음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건, 이상하게 따뜻한 겨울이 연속으로 이어지던 어느 해였습니다. 그때 주변에서는 그냥 날씨가 변덕스럽다고들 했는데, 저는 뭔가 더 구조적인 문제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습니다.

물리해양학(Physical Oceanography)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 중 하나가 바로 열염순환(THC, Thermohaline Circulation)입니다. 열염순환이란 바닷물의 온도와 염분 차이에 의해 형성된 밀도 차이가 해류를 만들어내는 전 지구적 순환 시스템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바다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컨베이어벨트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따뜻한 표층수가 극지방으로 이동하면서 열을 방출하고, 차가워져 무거워진 물이 심해로 가라앉으며 다시 순환하는 구조입니다.

이 순환이 유럽의 기후를 온화하게 유지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합니다. 같은 위도의 다른 지역에 비해 서유럽이 겨울에 훨씬 따뜻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런데 지구 온난화로 극지방의 빙하가 녹으면 담수가 대량으로 유입되고, 이로 인해 염분 농도가 낮아져 바닷물의 밀도가 줄어들면서 열염순환 자체가 약해질 수 있습니다. 순환이 약해지면 열 재분배 시스템이 무너지고, 기후 변화가 더욱 불규칙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특히 흥미롭게 느낀 건, 이런 연구가 1800년대 챌린저 탐사(Challenger Expedition)에서 시작됐다는 점입니다. 챌린저 탐사란 1872년부터 1876년까지 약 70,000해리(약 130,000km)를 항해하며 수온, 퇴적물, 해류, 심층수 등을 체계적으로 수집한 최초의 과학적 해양 탐사를 말합니다. 여기서 발굴된 약 4,717종의 해양생물과 방대한 해양 자료는 현대 해양학의 뼈대가 되었습니다. 150년 전 사람들이 닿지 않은 바다 깊은 곳을 배 한 척으로 탐험했다는 사실이, 지금 우리가 위성으로 바다를 관측하는 시대와 연결된다는 게 제 경험상 꽤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1990년에는 WOCE(World Ocean Circulation Experiment, 세계 해양 순환 실험)가 발족하여 한국을 포함한 다수의 국가가 10년에 걸쳐 전 지구적 해양 순환을 공동 연구했습니다. WOCE란 전 세계 과학자들이 협력하여 해양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측정하고 모델화한 대규모 국제 연구 프로젝트입니다. 이처럼 해양학은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라 전 지구적 협력이 필요한 영역이라는 점에서, 바다의 중요성이 얼마나 큰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출처: UNESCO 정부간해양학위원회).

바다를 볼 때마다 저는 이제 파도 너머의 이야기를 함께 떠올립니다. 해양 산성화로 껍데기를 잃어가는 생물들, 열염순환이 흔들리면서 바뀌어가는 기후, 그 모든 것이 결국 우리의 일상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바다를 지키는 일이 거창한 구호처럼 들릴 수 있지만,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작은 선택 하나가 이 복잡한 시스템에 실제로 영향을 준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합니다. 다음번에 바닷가에 가게 된다면, 파도 소리만 듣고 오지 마시고 발밑 모래나 조개껍데기 하나에도 한번 더 시선을 머물러 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ko.wikipedia.org/wiki/%ED%95%B4%EC%96%91%ED%95%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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