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에서 '기름 유출'이라는 단어를 볼 때, 솔직히 처음엔 그냥 지나쳤습니다. 숫자가 크고 장소가 멀면 실감이 잘 안 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저도 바닷가에서 플라스틱 조각 하나를 집어 들었을 때 '이 작은 것도 생물에겐 위협이 되겠구나' 싶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번 호르무즈 해협 사태는 그 차원이 아예 다릅니다. 약 210억 리터의 원유를 실은 선박 2,000척이 페르시아만에 갇혀 있는 상황, 그 바로 옆에 세계에서 가장 강인한 산호초와 돌고래, 바다거북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전쟁이 멈춘 자리에서 기름이 흐릅니다
호르무즈 해협이 어떤 곳인지 아시나요? 북쪽으로 이란, 남쪽으로 오만과 아랍에미리트 사이에 끼인 이 좁은 해협은, 단순히 석유가 오가는 통로가 아닙니다. 깊고 차가운 오만만과 얕고 따뜻한 페르시아만이 만나는 전이 지대로, 두 바다의 성격이 뒤섞이면서 독특한 해양 환경이 형성됩니다.
이 구조 덕분에 오만만에서 밀려오는 해류가 플랑크톤과 유생(幼生)을 실어 나릅니다. 여기서 유생이란 산호나 어류가 성체가 되기 전의 아주 작은 초기 형태를 말하는데, 이것이 해협 곳곳에 퍼지며 산호초의 성장을 돕습니다. 또한 용승류(湧昇流)라는 현상도 나타납니다. 용승류란 깊은 바다 아래에서 차갑고 영양분이 풍부한 물이 수면 쪽으로 솟아오르는 흐름을 말하는데, 이것이 산호초 어류와 고래상어를 끌어들이는 먹이 사슬의 출발점이 됩니다.
그런데 이란 전쟁이 시작된 이후, 이 해협에서 선박 공격이 최소 16건 발생했습니다. 그린피스 연구원들은 현재도 해당 해역에서 정기적으로 기름띠를 발견하고 있다고 밝혔으며, 미군 전투기의 공격을 받은 이란 선박 샤히드 바게리호는 여전히 후란 해협 인근에서 기름을 유출 중입니다(출처: Greenpeace). 후란 해협 북쪽에는 보호 습지가 있어 오염이 이어지면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인간의 갈등이 끝나지 않는 동안 그 대가는 아무 잘못 없는 생물들이 치른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뉴스 속의 숫자가 실제로 어떤 생명에게 연결되는지를 생각하면, 숫자가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산호초가 버텨온 이유, 그리고 지금 무너지는 방식
호르무즈 해협의 산호초는 사실 경이로운 존재입니다. 페르시아만은 여름에 수온이 극도로 높고, 겨울엔 급격히 떨어지며, 높은 증발량 때문에 염분 농도도 일반 해양보다 훨씬 높습니다. 이런 조건에서 살아남은 산호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보기 힘든 내열성과 내염성을 갖추게 되었고, 과학자들은 이를 기후변화 시대의 산호 연구 모델로 주목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산호들에게 기름이 밀려오고 있습니다. 기름이 산호에게 미치는 영향은 단순히 '죽는다'는 말로 설명이 안 됩니다. 마이애미 대학교 로젠스티엘 해양대기지구과학대학의 마틴 그로셀 교수는 원유에 포함된 화학 물질이 생물의 심장 기능과 호흡기 계통, 중추신경계를 동시에 공격한다고 설명합니다(출처: University of Miami RSMAS). 중추신경계란 뇌와 척수를 중심으로 몸 전체의 신호를 처리하는 시스템을 말하는데, 여기가 손상되면 동물이 환경 정보를 판단하고 반응하는 능력 자체가 무너집니다.
제가 이 설명을 읽으면서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기름을 뒤집어쓰면 죽겠지'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상태에서도 감각이 서서히 무뎌지고, 방향을 잃고, 번식 능력이 떨어진다는 것입니다.
기름이 해양 생물에게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수층(水層) 오염: 파도에 의해 기름이 미세한 방울로 부서져 해저까지 가라앉으면서, 물고기 아가미와 산호 조직이 직접 유독 화학물질을 흡수하게 됩니다. 수층이란 해수면부터 해저까지 이어지는 물의 층을 말합니다.
- 수면 호흡 동물 위협: 돌고래, 바다거북, 바다뱀처럼 숨을 쉬기 위해 수면으로 올라와야 하는 동물들은 기름막에 직접 노출됩니다.
- 감각 기관 손상: 후각, 시각, 진동 감지 능력이 저하되어 포식자 회피와 먹이 탐색이 동시에 어려워집니다.
- 면역 억제: 장기간 노출 시 스트레스 반응이 과활성화되어 면역 체계가 무너지고 감염에 취약해집니다.
- 번식력 저하: 딥워터 호라이즌 기름 유출 사고 이후 연구에서 어류의 생식 기능이 저하된다는 사실이 확인되었습니다.
해협 안에 살고 있는 생명들, 지금 어디 있을까요
호르무즈 해협 주변이 얼마나 다양한 생명으로 채워진 곳인지를 알게 되면, 이 분쟁이 단순한 지정학적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아랍에미리트 샤르자 아메리칸 대학교의 생물학자 애런 바솔로뮤는 이 해협을 페르시아만 전체에서 산호 피복률이 가장 높은 지역으로 평가합니다. 산호 피복률이란 바닥 면적 대비 산호가 실제로 덮고 있는 비율을 뜻하며, 이 수치가 높을수록 산호초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의미입니다.
오만 북부 무산담 반도 해역에는 인도태평양 혹등돌고래와 인도태평양 큰돌고래가 서식합니다. 해협 주변 섬들은 푸른 바다거북과 매부리바다거북의 산란지 역할을 하고, 아부다비 서쪽과 카타르 남쪽의 해초 군락에는 세계에서 두 번째 규모의 듀공 개체군이 삽니다. 듀공은 매너티와 가까운 포유류로, 해초를 주식으로 하는 초식 해양 동물입니다. 고래상어는 카타르 인근 해역에서 고등어 산란을 따라 계절마다 들어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장소를 직접 가서 보기 전까지는 얼마나 취약한 공간인지 잘 안 느껴집니다. 하지만 바닷가에서 작은 기름 얼룩 하나를 봤을 때도 불쾌함이 느껴졌는데, 지금 그 규모가 210억 리터짜리 선박 수천 척이라면 이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입니다. 특히 아라비아혹등고래처럼 심각한 멸종위기종이 이 해협 연안에 서식한다는 사실은, 한 번 훼손되면 회복이 사실상 불가능한 생물 다양성이 이 좁은 해협에 밀집되어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전쟁이 자연에 남기는 상처는 포성이 멈춘 뒤에도 오래 이어집니다. 기름띠는 조류를 타고 퍼지고, 화학 물질은 먹이 사슬을 타고 올라오며, 생태계의 균열은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부터 시작됩니다. 저는 이번 기사를 통해 환경 문제가 '나중에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것을 다시 느꼈습니다. 개인이 할 수 있는 작은 실천을 지속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런 사안에 대해 국제 사회가 더 분명하게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호르무즈 해협의 산호초가 지금까지 버텨온 이유는 강인함 때문인데, 그 강인함에도 한계가 있다는 것을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4/17/science/strait-of-hormuz-marine-animal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