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날레디 (라이징 스타 동굴, 고생물단백질학, 성별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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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호모 날레디 (라이징 스타 동굴, 고생물단백질학, 성별 매장)

by trip.chong 2026. 7.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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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만 년 전 인류의 조상이 여성만을 따로 매장했다면, 그건 문화일까요 아니면 우연일까요? 저도 처음 이 소식을 접했을 때 "설마 그게 가능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남아프리카 라이징 스타 동굴에서 발굴된 호모 날레디(Homo naledi) 유해 20구가 전부 여성으로 확인됐다는 연구 결과가 과학 저널 셀(Cell)에 발표되며, 인류 기원 연구에 또 하나의 커다란 물음표가 던져졌습니다.



라이징 스타 동굴, 왜 계속 주목받는가

저는 평소 고고학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는 편인데, 솔직히 처음엔 화석 하나가 뭐가 그리 대단한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관련 내용을 파고들수록, 손바닥만 한 뼛조각 하나가 인류의 역사를 통째로 다시 쓸 수 있다는 사실에 계속 놀라게 됩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위치한 라이징 스타 동굴 시스템은 2015년부터 본격적으로 세계의 이목을 끌었습니다. 그 안의 디날레디 챔버(Dinaledi Chamber)라는 공간에서 이례적으로 많은 양의 호미닌 화석이 쏟아져 나오면서 과학계가 들썩였죠. 발굴을 이끈 고인류학자 리 버거(Lee Berger)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상주 탐험가로, 지금까지도 이 유적지의 핵심 연구자입니다.

호모 날레디는 뇌 용량이 침팬지보다 조금 큰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연구진은 이 종이 죽은 이를 의도적으로 동굴 안에 안치했을 가능성을 제기했습니다. 한때 호모 사피엔스만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장례 행위가, 훨씬 이전의 소뇌 용량을 가진 존재에게서도 나타났을 수 있다는 주장이었으니 파장이 클 수밖에 없었습니다. 심지어 동굴 벽에 상징적인 문양을 새겼다는 보고까지 더해지며, 이 유적지는 발굴이 계속될수록 수수께끼가 깊어지는 현장이 되었습니다.

  • 발굴지: 남아프리카공화국 라이징 스타 동굴 시스템 내 디날레디 챔버
  • 화석 연대: 약 33만 5천 년 ~ 24만 1천 년 전으로 추정
  • 특이점: 소뇌 용량에도 불구한 의도적 매장 및 암각화 가능성 제기
  • 주도 연구자: 고인류학자 리 버거, 분자과학자 팔레사 마두페(Palesa Madupe)
요약: 라이징 스타 동굴은 뇌 크기가 작음에도 장례 행위 가능성이 제기된 호모 날레디의 핵심 발굴지로, 발견될수록 의문이 커지는 유적지입니다.

동굴
동굴

고생물단백질학이 밝혀낸 것, 그리고 남은 논란

이번 연구의 핵심은 고생물단백질학(Palaeoproteomics)이라는 분야입니다. 여기서 고생물단백질학이란, 수만 년에서 수백만 년 전 생물의 유해에서 고대 단백질을 추출·분석해 종의 계통이나 성별 등을 밝히는 비교적 새로운 학문 분야를 말합니다. DNA보다 단백질이 더 오래 보존되는 경우가 있어, DNA 분석이 불가능한 오래된 화석에도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펜하겐 대학교 글로브 연구소(Globe Institute)의 분자과학자 팔레사 마두페가 이 연구를 주도했습니다. 그는 치아 법랑질 샘플 23개를 분석했는데, 유효한 데이터를 얻은 20개 샘플 모두에서 아멜로게닌-Y(AMELY) 단백질이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아멜로게닌-Y란 Y 염색체에만 존재하는 남성 특이적 단백질로, 치아 형성 과정에서 만들어지며 성별 판별의 생물학적 표지자(biomarker)로 활용됩니다. 쉽게 말해, 이 단백질이 없다는 것은 Y 염색체가 없다는 뜻이고, 곧 20구 전부가 여성일 가능성을 뜻합니다.

두 연구소에서 이중으로 검증한 결과이기 때문에, 단순 실험 오류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논쟁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수석 저자인 엔리코 카펠리니(Enrico Cappellini) 교수는 AMELY 유전자 자체가 일부 현존 남성이나 네안데르탈인 남성의 DNA에서도 결실(deletion)된 사례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결실이란 유전자의 일부 또는 전체가 돌연변이 등으로 사라지는 현상을 말합니다. 단, 그는 20명 중 절반 이상에서 이런 일이 동시에 발생했을 확률은 매우 낮다고 선을 그었습니다(출처: Cell 저널).

이 결과를 두고 저는 솔직히 어느 한 쪽이 완전히 옳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느꼈습니다. "성별에 따른 장례 의식이 있었다"는 주장도 흥미롭지만, 그게 사실이라면 왜 하필 이 동굴에만, 왜 여성만 있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설명이 필요합니다. 버거는 발굴된 어린아이 유해 중에도 남자 아기가 없다는 점을 근거로 자연 발생 가능성을 반박했지만,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고인류학자 라이언 맥레이(Ryan McRae)는 "이 발견은 해답보다 더 많은 질문을 던진다"라고 말했습니다. 저도 이 표현이 가장 정직한 평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약: 고생물단백질학 분석으로 20구 전부 여성임이 확인됐지만, AMELY 유전자 결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성별 분리 매장 여부는 여전히 논쟁 중입니다.

 

성별 편향 매장인가, 아니면 다른 설명이 있는가

버거는 이 발견이 호모 날레디가 성별에 따라 구분된 장례 의식을 치렀음을 보여주는 첫 사례라고 주장합니다. 인류 역사에서 성별 분리 매장(sex-segregated burial)이 확인된 가장 오래된 사례가 된다는 것이죠. 성적 이형성(sexual dimorphism)이라는 개념도 이 논의에서 중요한데, 성적 이형성이란 같은 종 안에서 수컷과 암컷이 신체 크기나 형태에서 차이를 보이는 현상을 말합니다. 흥미롭게도 디날레디 챔버의 성체 화석들은 이 차이가 거의 없었고, 버거는 이를 두고 "2015년 당시 성적 이형성이 가장 적은 고대 호미닌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그건 다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돌아봤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뒤늦은 깨달음' 이야기가 과학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반면 호모 날레디의 의도적 매장 및 암각화 주장에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그리피스 대학교(Griffith University) ARC 인류 기원 연구 혁신 센터 소장 마이클 페트라글리아(Michael Petraglia) 교수는 다른 해석을 제시합니다. 그는 뇌 크기가 작은 호미닌이 암컷 위주로 무리 지어 행동하는 것은 영장류에서 얼마든지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수 있다고 봅니다. 침팬지 사회에서도 암컷만으로 이루어진 먹이 활동 집단이 존재하며, 바위 은신처나 동굴 입구를 소규모 암컷 무리가 피신처로 활용하는 사례가 영장류 학자들에 의해 관찰된 바 있습니다(출처: Griffith University).

두 시각 모두 나름의 근거를 갖고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버거 쪽 주장이 더 극적이어서 끌렸는데, 페트라글리아 교수의 반론을 읽고 나서는 생각이 좀 복잡해졌습니다. 과학 보도를 볼 때 "이 결과가 나왔다"는 것과 "이것이 의미한다"는 것 사이에는 꽤 큰 간격이 있다는 걸, 제 경험상 이런 논쟁이 있을 때마다 다시 실감하게 됩니다. 어떤 해석이 맞든,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호모 날레디가 우리가 기존에 인류 고유하다고 믿었던 행동들에 대해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요약: 성별 분리 매장이라는 주장과 자연적 영장류 행동이라는 반론이 팽팽하게 맞서며, 결론 없는 논쟁이 호모 날레디 연구를 더욱 깊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호모 날레디는 인류의 직접 조상인가요?

A. 현재로서는 직접 조상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시각이 더 많습니다. 호모 날레디는 약 24만~33만 년 전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살았던 종이지만, 뇌 크기나 신체 구조 면에서 훨씬 이전 시기의 호미닌과 유사한 특징을 갖고 있어 "오래된 특징을 늦게까지 유지한 종"으로 분류됩니다. 인류 계통수의 어느 지점에 위치하는지는 아직 논쟁 중입니다.

 

Q. 고생물단백질학으로 성별을 판별하는 방법이 얼마나 신뢰할 수 있나요?

A. 고생물단백질학은 비교적 새로운 분야이지만, 200만 년 전 화석에도 적용된 전례가 있으며 이번 연구처럼 두 기관에서 이중 검증을 거치는 방식으로 신뢰도를 높이고 있습니다. 다만 AMELY 유전자 자체가 결실될 수 있다는 한계도 있어, 단독 방법론으로 완전히 확정적인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다른 증거와 함께 종합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Q. 호모 날레디가 정말 장례를 치른 증거가 있나요?

A. 장례 행위를 직접 증명하는 결정적 증거는 아직 없다는 것이 학계의 일반적인 인식입니다. 동굴 깊숙이 유해가 집중된 점은 의도적 안치를 시사하지만, 페트라글리아 교수처럼 자연적 원인이나 영장류 집단 행동으로 설명 가능하다고 보는 연구자들도 있습니다. 앞으로 더 많은 발굴과 분석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Q. 왜 남자 화석은 한 구도 없는 건가요?

A. 현재로서는 두 가지 해석이 공존합니다. 버거 측은 성별에 따라 매장 장소를 달리한 의례적 행위로 보고, 반대 쪽에서는 암컷 위주 집단이 특정 공간을 피신처로 사용하다 자연사한 결과일 수 있다고 봅니다. 어린아이 화석 중에도 남자 아기가 없다는 버거의 지적은 단순 우연으로 보기 어렵게 만드는 강력한 포인트이지만, 아직 단정하기에는 이르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결론

이번 연구를 찬찬히 따라가면서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과학은 답을 내놓는 동시에 새로운 질문을 만들어낸다는 점이었습니다. 박물관에서 오랫동안 잠들어 있던 화석이 새로운 기술로 다시 분석되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 장면, 저는 그게 과학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고생물단백질학 분석이 딱 그런 사례였습니다.

"모두 여성이었다"는 결과 하나가 성별 분리 매장이라는 해석과 자연적 집단 행동이라는 해석으로 갈리고, 어느 쪽도 쉽게 결론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는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보다는, 더 많은 화석과 기술이 쌓여 이 논쟁이 조금씩 좁혀지는 과정을 지켜보고 싶습니다. 인류의 역사는 아직 완성된 책이 아니라 지금도 써지고 있는 원고라는 것, 이 연구가 다시 한번 상기시켜 줬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6/24/science/homo-naledi-fossils-same-se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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