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 화석 경매 (화석 상품화, 과학적 손실, 공공 소유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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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공룡 화석 경매 (화석 상품화, 과학적 손실, 공공 소유권)

by trip.chong 2026. 4.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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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공룡 화석이 수십억 원짜리 투자 자산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박물관 유리 너머로 보던 그 뼈들이, 어느 순간 헤지펀드 억만장자와 암호화폐 투자자들의 구매 목록에 올라 있다는 현실이 생각보다 훨씬 낯설게 느껴졌습니다. 백악기 후기 트리케라톱스 화석 '트레이'가 555만 달러에 팔렸다는 뉴스를 접하고, 제가 처음 든 감정은 놀라움이 아니라 묘한 씁쓸함이었습니다.

공룡 화석

공룡 뼈가 왜 갑자기 수십억짜리 자산이 됐나

공룡 화석이 경매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기 시작한 것은 사실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1997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수(Sue)'가 830만 달러에 낙찰된 것이 대중의 인식을 바꾼 출발점으로 꼽힙니다. 그 이후로 수요와 가격은 함께 치솟았고, 지난 6년 사이에는 세 점의 화석이 각각 3천만 달러를 넘기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제가 주목한 부분은 구매자들의 성격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아부다비 문화관광부가 2020년 티라노사우루스 렉스 '스탠(Stan)'을 3,180만 달러에 사들였고, 헤지펀드 억만장자 케네스 C. 그리핀은 2024년 스테고사우루스 '에이펙스(Apex)'를 4,460만 달러에 구매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7월에는 케라토사우루스(Ceratosaurus) 화석이 3,050만 달러에 팔렸는데, 여기서 케라토사우루스란 쥐라기에 살았던 뿔 달린 수각류 공룡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단 네 점의 화석만 발견된 극히 희귀한 종입니다. 단 네 점뿐인 표본 중 하나가 익명의 수집가 손에 들어갔다는 사실은 고생물학계 입장에서 결코 가볍게 볼 수 없는 일입니다.

트레이를 판매한 26세의 암호화폐 투자자 차우 웨이 양은 공룡 화석을 "와인, 미술품, 자동차와 같은 대체 투자 자산(alternative asset) 중 잠재력이 가장 큰 종목"으로 명확히 정의했습니다. 대체 투자 자산이란 주식·채권 같은 전통 금융 상품 외에 수익을 추구하는 실물 자산을 말하는데, 공룡 화석이 그 범주에 당당히 편입된 셈입니다. 이번 트레이 경매를 주관한 온라인 경매 플랫폼 조피터(Joopiter)가 공룡 화석 경매에 처음 진출한 것도 이 흐름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조피터는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곳으로, 기존에는 한정판 스니커즈나 마이클 조던 사인 카드 같은 '문화적 영향력'이 있는 수집품을 주로 다뤄온 플랫폼입니다.

과학계가 잃는 것, 그리고 얻는 것

이 흐름에 가장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곳은 역시 학계입니다. 척추동물고생물학회(SVP, Society of Vertebrate Paleontology)는 2,000명이 넘는 전문 연구자들로 구성된 단체로, 중요한 화석의 상업 거래에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혀온 대표적인 기관입니다. SVP는 화석이 "공익을 위해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데 전념하는 기관"에 귀속되어야 한다는 원칙을 일관되게 주장합니다(출처: 척추동물고생물학회).

에든버러대학교 고생물학 교수 스티브 브루사테의 말이 저는 특히 와닿았습니다. 그는 "3천만 달러면 수십 년간 연구실과 현장 발굴을 운영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했는데, 이건 단순한 푸념이 아닙니다. 고생물학 분야는 연구 자금 자체가 항상 부족한 영역입니다. 그 돈이 학문이 아닌 한 개인의 수장고로 흘러간다는 점에서, 그가 느끼는 상실감은 충분히 납득이 갑니다.

개인적으로는 화석의 '표본화(specimen documentation)' 문제가 더 심각하게 느껴집니다. 표본화란 화석이 발굴된 지층 위치, 연대, 생물학적 특징 등을 체계적으로 기록하여 연구에 활용 가능한 상태로 만드는 과정입니다. 개인 소유로 넘어간 화석은 이 과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거나, 설령 기록이 있더라도 연구자들이 접근할 수 없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 약 100만 명이 관람했던 트레이가 이제 누군가의 개인 공간에 들어갈 수 있다는 시나리오는, 저 같은 일반인 입장에서도 꽤 아까운 일로 느껴졌습니다.

다만, 화석 상업 거래가 무조건 악이라고 단정하기도 어렵다는 시각도 있습니다. 런던 자연사 박물관의 폴 바렛 교수가 지적한 것처럼, 고생물학의 역사 자체가 상업 수집가들과의 협력 위에 쌓여 있기 때문입니다. 근대 고생물학의 토대를 닦은 메리 애닝(Mary Anning)도 "무엇보다도 화석 거래상"이었다는 점은 이 논쟁을 단순하게 볼 수 없게 만듭니다.

규제는 답이 될 수 있을까, 현실적인 전망은

화석 경매 문제의 해법으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법적 규제입니다. 실제로 일부 국가는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 남아프리카공화국: 1999년부터 허가 없는 화석 수집·판매 불법화
  • 중국: '과학적 가치'가 있는 모든 화석을 문화재와 동일하게 국가 보호 대상으로 지정

그러나 바렛 교수의 지적처럼, 이분법적인 규제는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습니다. 화석이 많이 발굴되는 개발도상국 지역 주민들이 생계 수단을 잃을 수 있고, 중국에서는 법을 과잉 해석한 지역 경찰에 의해 합법적 채집을 한 연구자가 체포되는 사례도 실제로 발생했습니다. 규제를 강화할수록 오히려 연구자들의 현장 접근이 어려워지는 아이러니가 생긴다는 점은 제가 이 문제를 단순하게 보지 못하게 합니다.

층서학적 맥락(stratigraphic context)이라는 개념도 여기서 중요합니다. 층서학적 맥락이란 화석이 어떤 지층, 어떤 시대적 퇴적 환경에서 발견되었는지를 말하는데, 이 정보가 없으면 화석은 형태학적 표본에 그칠 뿐 진화사 연구에는 한계가 생깁니다. 상업 발굴에서는 이 맥락 정보가 제대로 기록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학계가 상업 거래를 우려하는 핵심 이유 중 하나입니다(출처: 에든버러대학교 지구과학부).

브루사테는 그럼에도 공룡 화석 경매가 여전히 활발하다는 사실을 "대중의 공룡에 대한 관심이 살아있다는 증거"로 읽습니다. 저는 이 말에 반은 동의하고 반은 유보하고 싶습니다. 관심이 있다는 것과, 그 관심이 올바른 방향으로 쓰인다는 것은 다른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화석 하나의 행방이 아니라, 인류 공동의 자연사 유산을 누가 어떻게 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집니다. 어릴 때 박물관에서 공룡 앞에 서서 입을 딱 벌리던 그 감각은, 저에게 아직도 꽤 소중한 기억입니다. 그 경험이 다음 세대에게도 가능하려면, 화석이 유리 진열장 안에 있어야지 누군가의 개인 창고 깊숙이 들어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양한 입장이 충돌하는 이 논쟁에서 어떤 쪽이 맞는지 독자 여러분도 한번 생각해보셨으면 합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science/dinosaur-skeletons-selling-for-millions-science-missing-out-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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