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피시 (살아있는 화석, 어부생물학자, 멸종위기)
본문 바로가기
과학

기타피시 (살아있는 화석, 어부생물학자, 멸종위기)

by trip.chong 2026. 7. 1.
반응형

공룡과 같은 시대를 살았던 물고기가 지금 이 순간에도 조용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타피시(guitarfish)는 '살아있는 화석'이라 불릴 만큼 오랜 역사를 가진 어종이지만, 아시아 시장에서 고가에 거래되는 지느러미 때문에 멸종 직전까지 내몰렸습니다. 저도 처음엔 환경 보호라고 하면 분리배출이나 플라스틱 줄이기 정도를 떠올렸는데, 이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 그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살아있는 화석이 멸종 위기에 처한 이유

솔직히 기타피시라는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생소하기만 했습니다. 상어도 가오리도 아닌 것이 생김새는 둘을 반씩 섞어 놓은 것 같고, 지느러미 때문에 표적이 된다는 설명을 읽고 나서야 이 동물이 얼마나 위험한 상황에 있는지 실감했습니다.

기타피시는 분류상 상어가 아니라 판새류(batoid), 즉 넓적하게 납작한 몸을 가진 '코뿔가오리'의 일종입니다. 여기서 판새류란 상어와 같은 연골어류에 속하지만 몸이 위아래로 납작하게 진화한 가오리 계열 어류를 통칭하는 말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68종이 있으며, 그중 거의 4분의 3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수치(출처: IUCN 적색목록)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라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시작됐다는 신호로 읽혔습니다.

가나 해역에서는 톱상어와 쐐기상어 같은 대형 판새류가 이미 지역적 멸종(local extinction) 상태로 분류됩니다. 지역적 멸종이란 전 지구적 멸종은 아니더라도 특정 해역에서 해당 종이 완전히 사라진 상태를 뜻합니다. 지금 남아 있는 일반 기타피시, 흰점박이 기타피시, 검은턱 기타피시, 가시등 기타피시 네 종도 같은 길을 걷지 않도록 해양 생물학자 이사 세이두 박사가 10년 넘게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은 두 가지 방향에서 동시에 압박이 가해진다는 점입니다. 하나는 중국계 산업용 트롤 어선단의 남획입니다. 국제 비영리 단체인 환경정의재단(Environmental Justice Foundation) 조사에 따르면, 가나 해역에서 조업하는 트롤 어선의 90%가 중국 기업 소유이며 가나 국기를 달고 세금을 회피하는 이른바 '그림자 선단'으로 운영됩니다(출처: 환경정의재단). 뉴스에서 불법 어업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막연히 나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구체적인 수치를 보니 규모 자체가 다른 문제였습니다.

다른 하나는 지느러미 거래입니다. 기타피시의 지느러미는 말려서 서아프리카 전역으로 유통된 뒤 중국의 무역 중심지로 흘러들어 가고, 상어 지느러미 수프의 고급 식재료로 킬로그램당 수백 달러에 거래됩니다. 이 수프 한 그릇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매년 최대 1억 마리의 상어·가오리 류가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기타피시가 중간 포식자(mesopredator)로서 먹이 사슬을 유지한다는 사실도 중요합니다. 중간 포식자란 자신보다 하위 어종의 개체 수를 조절하는 동시에 대형 포식자의 먹이가 되는 역할을 하는 종으로, 이 고리가 끊어지면 우리 식탁에 오르는 작은 생선의 수까지 영향을 받게 됩니다.

  • 기타피시 4종(일반·흰점박이·검은턱·가시등) 모두 가나에서 심각한 멸종위기 상태
  • 트롤 어선 90%가 중국 기업 소유의 '그림자 선단'으로 운영되며 치어까지 싹쓸이
  • 기타피시 지느러미는 kg당 수백 달러에 거래되며 공급망이 서아프리카~중국으로 연결
  • 중간 포식자 역할 붕괴 시 해양 먹이 사슬 전체에 연쇄 충격 발생 가능
요약: 기타피시는 지느러미 거래와 산업용 남획이라는 이중 압박으로 조용히 멸종되고 있으며, 이 종의 소멸은 해양 생태계 전체의 붕괴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어부를 생물학자로 만든 이사 세이두의 접근법

일반적으로 환경 보호 캠페인은 '잡지 마세요', '사지 마세요' 같은 금지 메시지로 시작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 경험상 그런 식의 접근은 당사자들에게 잘 닿지 않더라고요. 바다를 여행하다 폐그물이 쌓인 해변을 봤을 때 마음이 무거웠지만, 정작 그물을 던진 어부들의 사정은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이사 세이두 박사의 방식은 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세이두 박사는 스스로도 과거 어부 출신입니다. 그는 지역 어부들을 규제 대상이 아니라 '어부 생물학자(fisher biologist)'로 훈련시키는 모델을 고안했습니다. 어부 생물학자 모델이란, 현장 경험이 풍부한 어부들이 연구자와 동등한 협력자로서 데이터를 수집하고 생태 지도를 만드는 참여형 보전 방식입니다. 어부들은 우연히 그물에 걸린 가오리를 안전하게 방류하는 기술을 배우고, 기타피시의 번식지와 치어 서식지 위치를 GPS로 기록해 세이두 팀에 넘깁니다. 이 데이터는 가나 최초의 지역 관리 해양 보호 구역(community-managed marine protected area)을 설정하는 근거로 활용됩니다.

처음엔 어부들의 반응이 좋지 않았다고 합니다. 보전 활동이 수입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세이두는 일부 어부들을 설득하는 데만 6개월이 걸렸다고 했는데, 그 말을 읽으며 이 사람이 얼마나 현실적인 시각으로 접근했는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결국 그는 비누 제조, 식용 달팽이 양식 등 대체 생계 수단을 함께 연결해 주었고, 실제로 일부 어부들은 바다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습니다.

현재 200명이 넘는 어부가 기타피시를 더 이상 잡거나 어획물로 보관하지 않으며, 두 공동체는 다이너마이트 어업이나 독극물·촘촘한 소형 그물 사용 같은 파괴적 어업 방식도 자발적으로 금지했습니다.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ITES) 부속서 II에 기타피시가 등재된 것도 세이두의 연구 덕분입니다. CITES 부속서 II란 현재 멸종위기는 아니더라도 지나친 거래가 계속되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종을 국제 거래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하는 제도를 말합니다. 세이두는 더 나아가 가장 취약한 종을 거래 자체를 전면 금지하는 부속서 I으로 승격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 공로로 그는 풀뿌리 환경 보호 운동가에게 수여되는 휘틀리 상(Whitley Award)을 최근 수상했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생물다양성 손실과 식량 안보라는 상호 연관된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려는 야심차고 사려 깊은 접근 방식"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제가 이 대목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건, 환경 보호와 생계유지가 반드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실제 숫자로 증명했다는 점입니다.

요약: 이사 세이두는 어부를 규제 대상이 아닌 협력자로 전환하는 '어부 생물학자 모델'로 환경 보호와 생계 유지를 동시에 실현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기타피시는 상어인가요, 가오리인가요?

A. 상어처럼 생겼지만 분류상 가오리에 가깝습니다. 정확하게는 판새류에 속하는 '코뿔가오리'의 일종으로, 연골어류라는 점에서 상어와 같은 계열이지만 몸이 납작하게 진화한 것이 특징입니다. 일반적으로 상어로 오해하는 분들이 많은데, 생물학적으로는 가오리 쪽에 훨씬 가깝습니다.

 

Q. 기타피시 지느러미가 왜 그렇게 비싼가요?

A. 크고 희귀한 종의 지느러미일수록 고급 상어 지느러미 수프의 식재료로 분류되어 킬로그램당 수백 달러에 거래됩니다. 아시아, 특히 중국 시장에서 상어 지느러미 수프는 오랜 고급 식문화로 자리 잡혀 있어 수요가 줄지 않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멸종 위기에 처한 종임에도 불구하고 거래가 계속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Q. CITES 부속서 I과 II는 어떻게 다른가요?

A. CITES 부속서 II는 현재 멸종위기는 아니지만 지나친 거래가 계속되면 위험해질 수 있는 종을 국제 거래 모니터링 대상으로 지정하는 등급입니다. 반면 부속서 I은 멸종 위험이 극도로 높은 종을 대상으로 상업적 국제 거래를 사실상 전면 금지하는 가장 강력한 등급입니다. 기타피시는 현재 부속서 II에 등재되어 있으며, 세이두 박사는 가장 취약한 종을 부속서 I으로 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Q. 어부들이 기타피시 보호에 동참하면 수입이 줄어들지 않나요?

A. 단순히 금지만 강요한다면 수입이 줄겠지만, 세이두 박사의 아쿠아라이프 컨서번시(AquaLife Conservancy)는 비누 제조, 식용 달팽이 양식 같은 대체 생계 수단을 함께 연결해 줍니다. 실제로 일부 어부들은 바다에서 일할 때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있다고 합니다. 보전과 생계가 반드시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을 현장에서 증명한 사례입니다.

 

결론

이번 이야기를 접하기 전까지 저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란 '특정 종을 위한 일'이라고 막연히 생각했습니다. 기타피시 한 종이 사라지면 먹이 사슬이 흔들리고, 결국 우리 식탁의 작은 생선까지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야 생물다양성 보전이 결국 사람을 위한 일이라는 게 실감 났습니다.

이사 세이두의 사례가 특별한 이유는 '하지 마라'가 아니라 '함께 하자'로 접근했다는 점입니다. 어부를 적으로 만들지 않고 파트너로 만든 이 모델은 브라질, 인도, 케냐에서도 유사한 형태로 확산되고 있습니다. 환경 문제를 자연보호의 문제로만 좁게 보던 시각을 한 번쯤 넓혀보는 것, 그게 제가 이 글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었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science/guitarfish-living-fossil-threatened-with-extinction-demand-for-fins-scientist-fishers-c2e-spc

반응형

TOP

Designed by 티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