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미터 길이의 도라도 메기가 7,000마일을 이동한다는 사실을 처음 접했을 때, 솔직히 믿기지 않았습니다. 그저 물속에서 조용히 사는 물고기일 거라 생각했는데, 이들이 안데스 산맥에서 대서양 하구까지 왕복하며 아마존 생태계 전체를 연결하는 핵심 종이라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런데 이 놀라운 여정이 댐 건설로 막히면서 개체 수가 15년 만에 80%나 줄었다고 합니다. 어릴 때 계곡에서 봤던 작은 물고기들도 각자의 경로가 있었을 텐데, 그게 끊긴다는 건 생각보다 훨씬 심각한 문제였습니다.
세계 최장 담수 이동의 주인공, 도라도 메기
도라도 메기는 회유성 어류(migratory fish) 중에서도 특별한 존재입니다. 여기서 회유성 어류란 산란이나 성장을 위해 일정한 경로를 따라 주기적으로 이동하는 물고기를 의미합니다.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오르듯, 도라도 메기도 정해진 길을 따라 평생을 여행합니다.
이들의 여정은 안데스 산맥 기슭의 산란장에서 시작됩니다. 부화한 유충은 강물을 따라 수천 킬로미터를 떠내려가 브라질 북부, 강이 대서양과 만나는 하구에 도착합니다. 그곳의 염분이 섞인 물은 영양분이 풍부해 어린 도라도가 자라기에 최적의 환경입니다. 제가 바닷가 근처 강 하구에서 낚시를 해본 적이 있는데, 그때도 물고기가 유난히 많이 잡혔던 기억이 납니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은 생명력이 넘치는 공간이었습니다.
도라도는 이곳에서 최대 1.8미터, 90kg까지 성장한 뒤 다시 1~2년에 걸쳐 상류로 거슬러 올라가 산란합니다. 이 왕복 7,000마일 여정은 지구상 담수어 중 가장 긴 이동 거리입니다(출처: CNN Science). 생각해 보면 이건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본능이자, 수천 년간 이어져 온 자연의 질서였습니다.

댐이 끊어버린 생명의 통로
문제는 도라도가 수천 년간 따라온 그 경로가 이제 수력 발전 댐으로 막혀버렸다는 점입니다. 강 분절(river fragmentation)이라는 현상이 발생한 겁니다. 강 분절이란 댐이나 보 같은 구조물이 강의 연속성을 끊어 물고기가 자유롭게 이동하지 못하게 되는 상황을 말합니다.
2019년 연구에 따르면, 브라질 하류에 댐 두 개가 들어선 후 볼리비아 상류 지역의 도라도 개체 수가 15년 만에 80% 감소했습니다. 저는 처음에 이 수치를 보고 '정말 이렇게까지 영향이 클까?' 싶었는데, 생각해 보니 물고기 입장에서 댐은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입니다. 산란장으로 가는 길이 막힌다는 건 다음 세대가 태어날 수 없다는 뜻이니, 개체 수가 급감하는 건 당연한 결과였습니다.
도라도는 최상위 포식자(apex predator)로서 생태계 균형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합니다. 최상위 포식자란 먹이사슬의 정점에 있어 자신을 잡아먹는 천적이 거의 없는 동물을 의미합니다. 이들이 사라지면 하위 종의 개체 수가 통제 불능 상태가 되고, 강 전체 생태계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네바다 대학교의 제브 호건 박사는 이를 두고 "한 구간에서 일어난 변화가 전체 시스템에 파급 효과를 미친다"고 지적했습니다. 저 역시 어릴 때 동네 하천에 보가 생기면서 물고기가 줄어드는 걸 목격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엔 몰랐지만, 그것도 작은 규모의 강 분절이었던 셈입니다.
국경 없는 강, 국경 넘는 협력
강은 국경을 인식하지 못합니다. 도라도 메기는 남아메리카 9개국에 걸쳐 서식하며,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절대 보호할 수 없는 종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제 서명된 이동성 종 보존 협약(CMS, Convention on Migratory Species) 실행 계획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CMS는 유엔이 지원하는 국제 협약으로, 국경을 넘나드는 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함께 행동하도록 돕는 체계입니다. 이번에 브라질이 제안한 계획에는 아마존 6개국이 참여하며, 도라도를 포함한 6종의 회유성 골리앗 메기(Goliath catfish)를 보호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골리앗 메기란 남미에서 서식하는 대형 메기과 물고기들을 통칭하는 말로, 도라도 외에도 최대 12피트, 400파운드까지 자라는 라울라우 같은 종도 포함됩니다.
저는 평소 환경 문제를 다룰 때 한 나라의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느꼈는데, 이번 사례가 그걸 명확히 보여줍니다. 강 상류에서 댐을 짓는 나라와 하류에서 어업에 의존하는 나라가 따로 움직이면 문제는 절대 해결되지 않습니다. 실제로 아마존 지역에는 약 4,700만 명이 거주하며, 이 지역 어업은 회유성 어종에 93%를 의존하고 연간 4억 3,600만 달러의 수익을 창출합니다(출처: 이동성 종 보존 협약).
협력의 핵심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핵심 서식지에 대한 과학적·원주민 지식 수집 및 공유
- 6개국 간 데이터 수집 방법 표준화
- 어류 사다리(fish ladder) 설치 등 이동 경로 확보 방안 마련
- 오래되거나 사용되지 않는 댐의 철거 검토
물속에서 일어나는 세렝게티급 대이동
제브 호건 박사는 도라도의 이동을 "수중에서 일어나는 세렝게티 대이동"에 비유했습니다. 아프리카 초원을 가로지르는 얼룩말과 누의 이동처럼, 엄청난 양의 생물이 물속에서 움직이고 있지만 우리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라는 뜻입니다. 저도 이 표현을 듣고 나서 시각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물속 세계를 너무 과소평가하고 있었던 거죠.
전 세계적으로 회유성 담수어 개체 수는 1970년 이후 81% 감소했습니다. CMS 총회에서 발표된 보고서는 15,000종의 데이터를 분석해 국제적 보호가 필요한 회유성 담수어 325종을 확인했습니다. 특히 아시아의 메콩강 유역이 심각한데, 300kg에 달하는 메콩 자이언트 메기가 수백 킬로미터를 이동하지만 댐 건설로 경로가 막혀 있습니다.
문제는 어류가 주로 "먹을거리"로만 인식되어 생물다양성 이슈로 제대로 다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저 역시 물고기 하면 식탁 위 음식부터 떠올렸지, 생태계의 핵심 구성원으로 생각해 본 적이 별로 없었습니다. 하지만 직접 겪어보니 이건 단순한 식량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지구 육지 면적의 47%가 국경을 초월한 수역으로 덮여 있는데, 유엔 회원국의 70%가 이를 관리할 포괄적 협정조차 없는 상황입니다.
호건 박사는 "어류가 댐을 우회할 기회를 얻었을 때 얼마나 빨리 돌아오는지 과학자들도 놀라고 있다"며 회복 가능성을 강조했습니다. 실제로 유럽과 북미에서는 어류 사다리 설치나 오래된 댐 철거 후 개체 수가 빠르게 회복된 사례가 보고되고 있습니다. 희망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라는 뜻입니다.
이번 뉴스를 접하면서 저는 환경 보호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할 책임이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어릴 때 봤던 계곡의 물고기들, 그 작은 생명들도 각자의 경로와 역할이 있었을 겁니다. 도라도 메기의 7,000마일 여정은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그 여정이 끊긴다면 아마존 전체가 무너질 수 있습니다. 앞으로는 개발과 보존 사이에서 좀 더 신중한 균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요. 그리고 그 균형은 한 나라가 아니라 여러 나라가 함께 손잡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입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science/dorado-catfish-longest-freshwater-migration-threat-c2e-hnk-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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