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처음 이 기사를 접했을 때, 저는 "DNA로 수천 년 전 혈연관계를 밝혀낸다고?"라며 반신반의했습니다. 1969년 카자흐스탄에서 발굴된 '황금인' — 4,000개가 넘는 금 장신구와 함께 묻힌 스키타이 엘리트의 무덤 — 에 얽힌 오랜 수수께끼들이 고대 DNA 분석 하나로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기원전 400~300년경 유라시아 스텝을 지배했던 스키타이족의 권력 구조가, 뼈 한 조각에서 추출한 유전체 데이터로 다시 쓰이고 있습니다.
고대 DNA가 증명한 세습 권력의 실체
학교에서 역사를 배울 때, 저는 교과서에 나온 내용을 그냥 사실로 받아들였습니다. "스키타이는 유목민 전사 집단이다" 정도가 전부였죠. 그런데 이번 연구는 그보다 훨씬 정밀한 질문을 던집니다. 그 권력은 어떻게 유지됐는가? 능력으로 얻은 것인가, 아니면 핏줄로 이어받은 것인가?
2025년 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 발표된 연구에서, 텍사스 오스틴대학교 연구팀은 85명의 유골에서 추출한 DNA를 분석했습니다. 이 중 38명은 엘리트 무덤(쿠르간)에서, 47명은 비엘리트 무덤에서 발굴된 유골이었습니다. 쿠르간이란 철기 시대 유라시아 스텝 지역에 축조된 거대한 고분을 의미합니다. 엘리트 쿠르간은 높이 최대 15미터, 지름 105미터에 달했고, 복도와 지하 묘실, 측면 방까지 갖춘 복합 구조물이었습니다.
분석 결과에서 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동형접합성 구간(Runs of Homozygosity)'이라는 유전적 지표였습니다. 동형접합성 구간이란 게놈 상에서 같은 유전자 서열이 연속으로 나타나는 구간으로, 쉽게 말해 공통 조상을 공유하는 집단에서 더 자주 나타나는 패턴입니다. 엘리트 계층의 유전체에서 이 구간이 비엘리트 계층보다 유의미하게 높게 관찰됐습니다. 철기 시대 일반 인구가 청동기 시대보다 유전적으로 더 다양해진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엘리트만은 오히려 더 균질한 유전자 풀을 유지하고 있었던 겁니다.
더 결정적인 증거는 따로 있었습니다. 한 엘리트 남성과 그의 손자들의 쿠르간이 100킬로미터 이상 떨어진 서로 다른 공동묘지에서 발견됐는데, 두 곳 모두 엘리트 규격의 화려한 매장이었습니다. 그 손자 중 한 명은 겨우 생후 1살이었습니다. 연구 책임자인 아이나쉬 칠데바예바는 이 사례를 두고 "지위가 공적에 의한 것이었다면, 1살짜리 아이는 그런 매장을 받을 이유가 없다"라고 단언했습니다. 저는 이 말이 꽤 오래 머릿속에 남았습니다. 왕조 통치(dynastic rule)의 증거, 즉 권력이 혈통을 따라 내려갔다는 최초의 유전학적 증거가 바로 그 갓난아기의 뼈에서 나온 셈이니까요.
- 분석 대상: 엘리트 38명 + 비엘리트 47명, 총 85명의 유골 DNA
- 엘리트 유전체에서 동형접합성 구간(ROH) 비율이 비엘리트보다 유의미하게 높음
- 100km 이상 떨어진 쿠르간에서 혈연관계 확인 → 왕조 통치 구조 입증
- 생후 1살 유아에게도 엘리트 매장 적용 → 세습된 신분임을 직접 증명
- 황금인은 유전체 분석 결과 유전적 남성으로 확인, 사카(Saka)족 계열로 추정
스키타이 여성의 권력, 고정관념을 다시 쓰다
솔직히 이 부분은 예상 밖이었습니다. '철기 시대 유목민 전사 집단'이라는 이미지에서 여성의 권력은 쉽게 떠오르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이번 연구에서 분석된 38명의 엘리트 중 거의 절반이 여성이었습니다. 제가 막연히 갖고 있던 "고대 사회 = 남성 중심 권력 구조"라는 가정이 꽤 흔들렸습니다.
일부 여성 유골에서는 두개골 절개술(trepanation)의 흔적이 발견됐습니다. 두개골 절개술이란 두개골에 구멍을 뚫는 시술로, 이 경우에는 시신 보존을 위한 사후 처리 과정이었습니다. 연구진은 장거리 이송이나 대규모 고분 축조에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에 즉시 매장이 어려웠고, 그래서 뇌를 제거해 시신을 보존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이런 처리가 가해진 여성들의 쿠르간에는 정교한 통로, 말의 유해, 고급 의복, 값비싼 금속 유물이 함께 출토됐습니다.
'우르자르의 공주'로 불리는 한 스키타이 여성의 사례는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황금인의 머리 장식과 거의 유사한 정교한 금빛 두식(頭飾)을 착용한 채 발굴된 이 여성의 쿠르간에는 돌 제단과 약초까지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연구자들은 이를 근거로 그녀가 샤머니즘적 역할, 즉 주술사 또는 제의 집행자였을 가능성을 제기합니다. 단순한 귀족이 아니라 종교적 권위까지 겸비한 존재였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미시간대학교 인류고고학박물관의 알리시아 R. 벤트레스카-밀러 부교수는 미시간대학교 인류학과 인터뷰에서 이번 발견이 청동기 시대 연구들과도 일치한다고 짚었습니다. 당시 여성들이 머리 장식과 청동 장신구를 통해 상당한 부를 축적했다는 선행 연구들과 맥이 닿는다는 것이죠. 철기 시대 후반 동유라시아의 흉노족 연구에서도 여성이 최상위 지위를 누린 사례가 보고된 바 있습니다.
제 경험상 박물관에서 전시된 고대 유물들은 대부분 무기나 왕의 물건으로 설명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번 연구 결과를 알고 나서 다음에 유물 앞에 섰을 때는 "이게 누구의 것이고, 어떻게 그 사람에게 주어진 물건인가"를 좀 더 다르게 보게 될 것 같습니다. 유전자 데이터 하나가 시선 자체를 바꾸는 느낌이랄까요.

자주 묻는 질문
Q. 황금인은 남자인가요, 여자인가요?
A. 이번 유전체 분석을 통해 황금인은 유전적으로 남성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연구팀은 손상되거나 누락된 DNA 데이터를 통계적 방법으로 보완하여 이 결론을 도출했습니다. 또한 다른 스키타이 DNA 사례와의 비교를 통해 그가 사카(Saka)족으로 불리는 스키타이 남부 계열 부족 출신이었을 가능성도 제기됐습니다.
Q. 고대 DNA 분석이 역사 연구에 어떻게 활용되나요?
A. 고대 DNA(aDNA) 분석은 수천 년 전 유골에서 유전체 정보를 추출하여 혈연관계, 이동 경로, 사회 구조 등을 밝히는 데 사용됩니다. 기존에는 무덤의 크기나 부장 유물로만 추론하던 정보들을 이제는 유전적 데이터로 직접 검증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스키타이 연구처럼 100km 이상 떨어진 집단 간의 혈연관계를 추적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Q. 스키타이 사회 계층화는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A. 연구 결과에 따르면 청동기 시대 유라시아 스텝에는 이처럼 극심한 사회 계층화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철기 시대에 접어들면서 스키타이족 사이에서 엘리트 혈통이 형성되고 왕조 통치가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왜 이 시기에만 이런 불평등이 등장했는지에 대한 원인 규명은 여전히 진행 중인 연구 과제입니다.
Q. 쿠르간이 뭔가요? 일반 무덤과 어떻게 다른가요?
A. 쿠르간(Kurgan)은 철기 시대 유라시아 스텝 지역에서 축조된 거대한 고분을 말합니다. 엘리트용 쿠르간은 높이 15미터, 지름 105미터에 달하는 대형 구조물로, 복도와 지하 묘실, 동물 유해를 보관하는 측면 방까지 갖추고 있었습니다. 일반 무덤에 비해 규모와 부장품의 차이가 압도적으로 크며, 이번 연구에서 엘리트와 비엘리트를 구분하는 핵심 기준이 됐습니다.
결론
제가 이번 연구에서 받은 가장 큰 인상은, 역사가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는 점입니다. 수십 년 동안 성별조차 확실히 알 수 없었던 황금인의 정체가 유전체 분석으로 윤곽을 드러냈고, 1살짜리 아이의 뼈 한 조각이 세습 권력의 증거가 됐습니다. 박물관에서 유리 케이스 안의 금 장신구를 바라볼 때와는 전혀 다른 차원의 이야기입니다.
앞으로 DNA 분석 기술이 더 발전하면, 지금 교과서에 실린 내용 중 일부도 수정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스키타이 사회에서 왜 철기 시대에만 이런 극단적인 불평등이 생겨났는지, 여성 엘리트들이 실제로 어떤 권력을 행사했는지는 아직 열려 있는 질문입니다. 유적지를 방문하거나 고대사 관련 기사를 읽을 때, 유물 뒤에 숨어 있는 유전자 데이터까지 함께 상상해 보는 것도 꽤 괜찮은 역사 감상법이 될 것 같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7/06/science/golden-man-scythians-heredity-stat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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