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야생동물 밀매 범인을 어떻게 잡는지 전혀 몰랐습니다. 뉴스에서 코끼리 상아나 코뿔소 뿔 밀렵 소식을 접할 때마다 '어차피 범인 못 잡겠지'라는 체념이 먼저 들었습니다. 그런데 2026 지구 사진상(Earth Photo 2026 Awards) 수상작을 계기로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죽은 거북이 등껍질에서 손자국과 DNA를 뽑아내는 법의학 기술이 실제로 존재했고, 그게 지금 이 순간 범죄자를 추적하는 데 쓰이고 있었습니다.

법의학 수사, 거북이 등껍질에서 지문을 찾다
일반적으로 야생동물 밀매는 '잡기 어려운 범죄'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워낙 광범위한 국경을 넘나드는 데다 증거를 남기지 않는다는 인식이 강했으니까요. 그런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달랐습니다. 관련 자료를 들여다보기 시작하자, 이미 꽤 정교한 과학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2026 지구 사진상 최고상을 수상한 사진작가 브리타 야신스키(Britta Jaschinski)는 영국과 유럽 전역에서 야생동물 범죄 단속반과 함께 현장을 직접 촬영했습니다. 그녀의 포트폴리오에는 박제된 사자 머리, 사자 발로 만든 병따개, 코끼리 상아와 발, 수많은 파충류 가죽이 담겨 있습니다.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무거운 장면들인데, 핵심은 그다음에 있었습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죽은 푸른바다거북이었습니다. 형광빛 산호초 위에 있는 것처럼 보이는 그 거북이, 자세히 들여다보면 법의학 전문가가 특수 형광 염료 분말을 발라 등껍질 위에 선명하게 떠오른 손자국이 보입니다. 여기서 형광 염료 분말이란 육안으로 보이지 않는 지문 흔적을 자외선 아래에서 가시화하는 법의학 도구입니다. 사람 손이 닿은 흔적을 거북이 표면에서 그대로 살려내는 겁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사람한테나 쓰는 기술이 야생동물 표본에도 그대로 적용된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웠습니다.
이 연구를 주도하는 곳은 런던 동물학회(Zoological Society of London) 산하 동물학 연구소의 야생동물 범죄 연구소입니다. 루이스 깁슨과 알렉산드라 토마스가 이끄는 이 연구소는 차세대 분말을 활용해 야생동물 표본 70%에서 선명한 지문을 복원하는 데 성공했으며, 표본을 만진 사람의 DNA까지 추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습니다(출처: 런던 동물학회(ZSL)). 이 기술과 연구 결과는 현재 런던 경찰청을 포함한 40개국 국경 수비대와 공유되고 있습니다.
- 형광 염료 분말로 표본 70%에서 지문 복원 성공
- 표본 접촉자의 DNA까지 추출 가능
- 40개국 국경 수비대와 수사 기술 공유 중
- 런던 경찰청 등 다수 법집행기관과 협력 체계 구축
사진 한 장이 인식을 바꾼다 — 지구 사진상과 브리타 야신스키
사진이 사회를 바꾼다는 말, 저는 솔직히 좀 과장된 표현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야신스키의 바다거북 사진 이야기를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그 사진은 2025년 타임지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됐고, 이듬해 지구 사진상 최고상까지 이어졌습니다. 글로 백 번 설명하는 것보다 법의학 전문가의 손과 거북이 등껍질 위에 떠오르는 손자국 하나가 훨씬 강하게 박힙니다. 제가 직접 그 사진을 보게 된다면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야신스키는 단순한 사진작가가 아닙니다. 그녀는 2018년 '야생동물 범죄에 반대하는 사진작가들(Photographers Against Wildlife Crime, PAWC)'을 공동 설립했습니다. PAWC란 야생동물 밀매 문제를 시각 언어로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뭉친 연대 조직으로, 브렌트 스티턴, 아미 비탈레, 고(故) 세바스티앙 살가도 같은 세계적인 사진작가들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야신스키는 키스 윌슨, 아르투로 데 프리아스와 함께 '증거 프로젝트(The Evidence Project)'라는 사진집도 공동 제작했는데, 인류가 자연에 미치는 영향을 기록한 이 프로젝트가 단순한 예술 작업이 아니라 범죄 억지를 위한 사회적 증언이라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이 지구 사진상은 영국 왕립지리학회(Royal Geographical Society), 미술 컨설팅 회사 파커 해리스, 자선 단체 포토웍스가 공동 주최하는 행사입니다(출처: 영국 왕립지리학회(RGS)). 야신스키는 이번 수상 외에도 지난 4월 모나코 알베르 2세 재단에서 수여한 '올해의 환경 사진작가' 대상을 받은 바 있습니다. 같은 해에 굵직한 국제 환경 사진상을 두 개나 받은 셈입니다.
야신스키는 수상 소감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랫동안 조직범죄 집단은 야생동물 밀매를 위험 부담이 적고 수익성이 높은 사업으로 여겨왔습니다. 유죄 판결률도 낮고 처벌도 비교적 가벼웠기 때문입니다." 저도 그 말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실제로 CITES(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 즉 야생동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는 다자간 협약이 1970년대부터 존재했음에도, 야생동물 밀매가 마약이나 인신매매처럼 '초국가적 조직범죄'로 다뤄지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입니다. 제 경험상 뉴스에서도 야생동물 밀수 관련 처벌 소식은 거의 접하지 못했는데, 이제야 수사 체계가 진지하게 갖춰지고 있다는 게 씁쓸하면서도 다행스럽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야생동물 표본에서도 실제로 지문이 나오나요?
A. 일반적으로 비닐이나 유리 같은 매끈한 표면에서나 지문이 나온다고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다릅니다. 런던 동물학회 산하 야생동물 범죄 연구소가 개발한 차세대 형광 염료 분말을 활용하면 거북이 등껍질처럼 표면이 복잡한 야생동물 표본의 70%에서도 선명한 지문을 복원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더해 표본을 만진 사람의 DNA까지 추출 가능하다는 연구 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Q. CITES가 뭔가요? 야생동물 밀매랑 어떻게 연결되나요?
A. CITES란 멸종위기종 국제거래협약(Convention on International Trade in Endangered Species of Wild Fauna and Flora)의 약자입니다. 쉽게 말해 멸종 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제 거래를 규제하기 위해 여러 나라가 맺은 협약입니다. 1970년대부터 존재했지만, 야생동물 밀매가 마약·무기 밀수와 같은 수준의 초국가적 조직범죄로 다뤄지기 시작한 건 최근의 일이라 실질적인 처벌과 수사 강화는 아직 진행 중입니다.
Q. 지구 사진상(Earth Photo Awards)은 어떤 행사인가요?
A. 영국 왕립지리학회, 미술 컨설팅 회사 파커 해리스, 자선 단체 포토웍스가 공동 주최하는 국제 사진상입니다. 환경, 기후 변화, 생태계 등 지구와 관련된 다양한 주제를 다루며 여러 부문에서 수상자를 선정합니다. 2026년에는 야생동물 범죄 법의학을 기록한 브리타 야신스키가 최고상을 받았습니다.
Q. 개인이 야생동물 밀매 근절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있나요?
A. 사실 가장 직접적인 방법은 소비 습관을 바꾸는 것입니다. 여행지에서 판매되는 뿔, 가죽, 박제, 상아 제품이나 희귀 동물 관련 기념품을 구매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수요 자체를 줄이는 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제품들이 합법적으로 보여도 출처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아예 구매하지 않는 게 가장 안전한 선택입니다.
결론
이번 기사를 들여다보기 전까지 저는 야생동물 보호를 '마음은 있지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는 문제'로 뭉뚱그려 두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거북이 등껍질 위에 떠오르는 손자국 하나가 그 생각을 바꿔놓았습니다. 법의학 기술, 국제 공조, 사진 저널리즘이 하나의 흐름으로 연결되어 실제 범죄자를 추적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예상 밖이었습니다.
앞으로 야생동물에서 만들어진 제품을 마주칠 때 조금 더 생각하게 될 것 같습니다. 브리타 야신스키와 런던 동물학회 연구팀이 쌓아가는 기록과 기술이 더 많은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처벌의 무게도 점차 달라지기를 기대합니다. 과학이 범죄보다 한 발 앞서는 순간이 더 자주 오기를 바랍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science/earth-photo-2026-britta-jaschinsk-wildlife-trafficking-c2e-sp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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