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예산이 23%, 금액으로는 무려 56억 달러나 삭감될 위기에 처했습니다. 아르테미스 II 승무원 4명이 달을 향해 비행하는 바로 그 시점에 나온 소식이라 솔직히 적잖이 당황했습니다. 인류가 수십 년 만에 가장 깊은 우주로 나아가는 순간과, 그 여정을 가능하게 한 기관의 예산이 반토막 나는 현실이 동시에 펼쳐지고 있습니다.
기초과학 예산 삭감이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번 백악관 예산안에서 가장 눈에 걸린 부분은 달 탐사나 유인 우주 비행 예산이 아니라, 태양 물리학과 천체 물리학 분야 삭감이었습니다. NASA 과학 예산이 거의 50% 줄어드는데, 여기서 태양 물리학(Solar Physics)이란 태양이 방출하는 복사 에너지의 패턴과 강도를 연구하는 분야를 말합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면, 우주비행사가 달이나 화성으로 나갔을 때 태양풍이나 태양 플레어로부터 얼마나 위험에 노출되는지를 예측하는 데 직접 쓰이기 때문입니다. 기초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유인 탐사의 생사를 좌우하는 데이터입니다.
제가 악기를 배울 때 겪었던 일과 묘하게 겹쳤습니다. 당시 저는 공연 곡 연습에만 집중하고 음계나 리듬 훈련 같은 기초 연습은 대충 넘겼습니다. 처음엔 아무 문제없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새로운 곡을 익히는 속도가 눈에 띄게 느려졌습니다. 기초가 쌓이지 않으니 응용이 안 되는 구조였습니다. 지금 NASA에서 벌어지는 상황이 딱 그 꼴이라고 느껴졌습니다.
천체 물리학(Astrophysics)은 별, 은하, 블랙홀 등 우주 구성 요소의 물리적 특성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이 분야는 당장 탐사선 하나 보내는 것보다 훨씬 긴 호흡의 작업인데, 바로 그 특성 때문에 예산 삭감의 1순위가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눈에 보이는 성과가 빨리 나오지 않으니까요. 비영리 우주 탐사 옹호 단체인 행성협회(The Planetary Society)의 정부 관계 담당 이사인 잭 키랄리가 이번 예산안을 두고 "항복의 예산"이라고 표현한 것은 그래서 그냥 수사가 아니라 느껴졌습니다(출처: The Planetary Society).
이번 예산안이 불확실하게 만드는 주요 항목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태양 물리학, 천체 물리학 등 기초 과학 연구 예산 (약 50% 삭감)
- 국제 우주 정거장(ISS) 운영 예산 (11억 달러 삭감)
- 낸시 그레이스 로만 우주 망원경 관련 후속 임무
- 저궤도 상업 우주 정거장 개발 자금 지원 여부

아르테미스와 상업 우주의 미래, 정말 낙관해도 될까
아르테미스(Artemis) 프로그램은 NASA가 2024년 이후를 목표로 추진하는 달 복귀 및 장기 체류 프로그램입니다. 단순히 달에 발을 딛는 것을 넘어, 달 궤도 정거장인 게이트웨이(Gateway) 건설과 달 표면 정착촌 구축까지를 포괄하는 장기 로드맵입니다. 이번 예산안은 아르테미스 관련 예산을 10억 달러 증액하겠다고 명시했습니다. 겉으로만 보면 긍정적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 부분이 좀 걸렸습니다. 달에 가겠다면서 달에 가는 데 필요한 기초 연구는 줄이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태양 물리학 데이터 없이는 우주비행사가 달 표면에서 언제 피해야 할 태양 폭풍이 오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이건 제가 공연 준비만 하면서 악보를 읽는 속도 연습은 건너뛴 것과 똑같은 구조입니다. 당장은 문제없어 보이다가 결정적인 순간에 약점이 됩니다.
NASA 국장 재러드 아이작먼은 트럼프 대통령의 예산안을 지지한다고 밝히며,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에 담긴 100억 달러 규모의 유인 우주 비행 및 화성 탐사 예산이 확보되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핵 추진(Nuclear Propulsion) 방식의 화성 탐사선도 그 예산으로 개발하겠다는 그림입니다. 핵 추진이란 핵반응에서 발생하는 열에너지로 추진력을 얻는 방식으로, 기존 화학 연료 로켓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심우주를 항행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론상으로는 매력적이지만, 현재 기술 성숙도를 고려하면 단기간에 실현 가능한 계획인지는 불투명합니다.
상업 우주 정거장 문제도 복잡합니다. 국제 우주 정거장(ISS)은 지구 상공 약 400km 저궤도(LEO, Low Earth Orbit)에 위치한 다국적 공동 연구 플랫폼으로, 2030년 궤도 이탈이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궤도란 지구 표면에서 2,000km 이내의 궤도를 말하며, 통신 위성이나 지구 관측 위성의 대부분이 이 구간에서 운용됩니다. NASA는 민간 기업이 ISS를 대체할 상업 우주 정거장을 건설해 줄 것을 기대해 왔지만, 최근 NASA 고위 임원들도 "우주 관광은 아직 실질적인 시장으로 자리 잡지 못했다"라고 공개적으로 인정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ISS 예산까지 11억 달러 줄이면, 공백이 생겨도 민간이 즉시 채울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문제입니다(출처: NASA).
미국 우주협회(National Space Society)도 "강력한 NASA를 위해서는 탄탄한 탐사 프로그램과 충분한 과학 연구 예산이 모두 필요하다"며 탐사와 과학이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적 관계임을 강조했습니다. 제가 경험상 가장 공감한 말이었습니다. 보이는 결과와 보이지 않는 기초는 트레이드오프처럼 느껴지지만, 실제로는 하나가 흔들리면 다른 하나도 결국 무너집니다.
우주 정책이 정치적 사이클에 따라 흔들리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닙니다. 그러나 이번처럼 기초과학과 탐사 성과를 노골적으로 분리해서 전자를 희생시키는 방식은, 장기적으로 미국의 우주 리더십 자체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중국이 독자 우주 정거장을 운용하며 과학 투자를 꾸준히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는 것만 남기고 보이지 않는 것을 덜어내는 선택이 5년, 10년 뒤 어떤 결과로 돌아올지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주 기술은 GPS, 기상 예보, 통신 인프라와 직결되어 있어 단순한 탐험 비용이 아니라 미래 인프라 투자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의회 예산 심의 과정을 함께 주시하시길 권합니다. 결국 이 예산안이 최종적으로 어떻게 확정되느냐에 따라 판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4/05/science/nasa-budget-trump-proposed-cut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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