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안데르탈인 치과 치료 (충치 치료, 석기 드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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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네안데르탈인 치과 치료 (충치 치료, 석기 드릴)

by trip.chong 2026.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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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만 9천 년 전, 마취도 없이 돌 도구 하나로 충치를 파낸 네안데르탈인이 있었습니다. 이 뉴스를 처음 접했을 때 저는 치과 드릴 소리에도 긴장하는 제 자신이 갑자기 부끄러워졌습니다.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동굴에서 발견된 치아 하나가, 우리가 네안데르탈인에 대해 가지고 있던 통념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고 있습니다.

동굴에서 발견된 치아, 무엇이 특별했나

러시아 차기르스카야 동굴에서 발굴된 성인 네안데르탈인의 아래쪽 어금니, 학계에서는 이 치아를 '차기르스카야 64번'이라고 부릅니다. 수십 개의 치아 중에서 이것이 특별히 눈에 띈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치아머리 부분에 치수강(Pulp Chamber)까지 파고든 깊고 불규칙한 구멍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치수강이란 치아 내부에 신경과 혈관이 모여 있는 공간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치아에서 가장 예민한 핵심부인 셈입니다. 충치가 거기까지 도달했다는 건, 통증이 극심했을 거라는 뜻입니다.

저도 치아가 심하게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씹지 못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밥 먹는 것 자체가 고역이었고 잠도 제대로 못 잘 정도였습니다. 그 기억이 있어서인지, 5만 9천 년 전에도 누군가가 그 고통을 똑같이 느꼈을 것이라는 점이 묘하게 현실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연구진을 더욱 흥미롭게 한 것은 구멍 주변에 남아 있던 미세한 긁힘 자국이었습니다. 이 자국은 어떤 도구가 반복적으로 회전하며 마찰을 일으켰음을 시사하는 흔적이었고, 동굴에서 함께 발굴된 벽옥(Jasper) 재질의 뾰족한 천공기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었습니다. 이 연구 결과는 학술지 PLOS One에 발표되었습니다(출처: PLOS One).

석기 드릴로 충치를 판 실험, 실제로 해봤더니

연구팀은 가설에 머무르지 않았습니다. 직접 현대인의 어금니 세 개를 이용해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석기 제작 및 사용 전문가인 리디아 조트키나 박사가 벽옥으로 만든 도구를 손으로 회전시키며 충치 부위를 파내는 작업을 반복했고, 입안 환경을 재현하기 위해 치아에 소량의 물을 발랐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한 시간도 채 걸리지 않아 치수강 내부의 조직 대부분을 제거하는 데 성공했고, 네안데르탈인 치아에서 관찰된 것과 거의 동일한 흔적 패턴이 재현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법랑질(Enamel)입니다. 법랑질이란 치아 가장 바깥을 감싸는 단단한 보호층을 말하는데, 네안데르탈인은 현대인보다 법랑질이 상대적으로 얇고 넓게 퍼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 시술은 실험보다 훨씬 더 어려웠을 것이라는 점도 연구팀은 인정했습니다.

조트키나 박사는 이 실험 이후 치과에 갈 때마다 그 네안데르탈인을 떠올린다고 했는데, 솔직히 이건 저도 똑같은 심정이었습니다. 마취 주사를 맞고도 드릴 소리에 손에 땀을 쥐는 제가, 아무것도 없이 돌멩이로 치아를 파낸 존재를 생각하면 말문이 막힙니다.

이 실험이 보여주는 핵심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 벽옥 재질의 뾰족한 석기만으로도 치수강까지 접근 가능했다는 사실
  • 회전 드릴링 방식이 치수 조직 제거에 효과적이었다는 점
  • 치아 마모 패턴을 보면 시술 이후에도 해당 치아를 계속 사용했다는 증거가 남아 있다는 점

치수강을 열면 통증이 줄어든다, 그 원리

이 시술이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의도적인 치료'였다는 근거는 그 결과에 있습니다. 치수강을 개방하고 내부 조직을 제거하면, 해당 부위의 신경과 혈관이 마비되면서 극심했던 통증이 완화됩니다. 현대 치과에서도 신경치료, 즉 근관치료(Root Canal Treatment)라고 부르는 시술이 이와 유사한 원리로 진행됩니다. 근관치료란 감염된 치수 조직을 제거하고 내부를 소독한 뒤 충전재로 막아 치아를 보존하는 치료법입니다.

물론 5만 9천 년 전 시술에 소독이나 충전 과정이 있었을 리는 없습니다. 하지만 통증의 원인을 파악하고, 그 원인을 물리적으로 제거하려 했다는 사고의 흐름 자체는 현대 치의학의 기본 원리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탈리아 LUM 주세페 데제나로 의과대학의 그레고리오 옥실리아 부교수는 이번 발견이 본능적인 자가 치료에서 진정으로 의도적이고 계획적인 의료 전략으로의 전환을 기록한 것이라고 평가했습니다(출처: PLOS One).

제가 직접 충치 치료를 받아봤을 때를 돌이켜보면, 치과 의사 선생님이 "이 부분이 신경까지 닿았네요"라고 하는 순간 온몸이 굳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 예민한 부위를 마취도 없이 다뤘다는 건, 단순한 고통의 문제가 아니라 그것을 견뎌낸 의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주 저자인 알리사 주보바 박사도 "시술의 고통이 염증으로 인한 고통보다 크지만, 일시적인 것임을 이해하고 견뎌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 문장이 유독 마음에 걸렸습니다.

네안데르탈인은 야만인이 아니었다

이번 발견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치과 치료의 역사가 길다"는 것이 아닙니다. 네안데르탈인이 인지적으로, 그리고 사회적으로 우리와 얼마나 가까운 존재였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증거입니다.

네안데르탈인이 구강 미생물총(Oral Microbiome)이 풍부하고 탄수화물 섭취가 적었던 덕분에 충치 자체가 드문 질환이었다는 사실은 이전 연구에서도 밝혀진 바 있습니다. 여기서 구강 미생물총이란 입안에 서식하는 다양한 세균과 미생물의 집합체를 말하는데, 이 생태계가 균형을 이루면 충치를 유발하는 특정 박테리아의 번식이 억제됩니다. 그만큼 이 치아의 충치는 이례적인 사건이었고, 그렇기에 주변 구성원들도 이를 심각하게 인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연구팀은 시술이 혼자 이루어졌을 가능성과 함께, 캠프 내 다른 구성원이 도왔을 가능성도 열어두었습니다. 입안은 수술하기 까다로운 공간이고, 집중력과 정밀한 손놀림이 필요한 작업인 만큼, 머리를 고정해 줄 조력자가 필요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어려운 상황에서 서로를 돌봤던 공동체의 모습이, 5만 9천 년이라는 시간을 넘어 치아 하나에서 읽힙니다.

일반적으로 네안데르탈인은 단순하고 거친 존재로 묘사되어 왔지만, 저는 이번 연구를 보며 그 이미지가 완전히 틀렸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인간이 고통의 원인을 스스로 파악하고 해결하려는 본능, 그리고 주변 사람을 돕고자 하는 마음은 적어도 6만 년 전부터 이미 존재했던 것입니다.

평소에는 마취 주사, 정밀 스캔, 항생제 같은 현대 의학이 너무 당연하게 느껴졌는데, 이번 뉴스 하나가 그 당연함의 무게를 다시 인식하게 해주었습니다. 어떤 시대에도 사람은 자신과 가까운 이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았다는 사실, 그게 지금의 의학으로 이어져 온 것이라고 생각하면 괜히 숙연해집니다. 다음번에 치과 예약을 잡을 때, 차기르스카야 64번 치아의 주인을 한 번쯤 떠올려 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치과 진료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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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5/13/science/neanderthal-dentistry-stone-dr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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