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근접통과 (아폴로군, 토리노척도, 행성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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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소행성 근접통과 (아폴로군, 토리노척도, 행성방어)

by trip.chong 2026. 5.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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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에서 달까지 거리의 4분의 1, 약 91,593km 앞으로 스쿨버스 크기 소행성이 지나갔습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저도 잠깐 멈칫했습니다. 달보다 가까운 거리라는 게 머릿속에 잘 그려지지 않았거든요. 이 소행성이 왜 위험하지 않은지, 그리고 우리가 이런 상황에서 정작 무엇을 걱정해야 하는지 제가 알게 된 것들을 풀어보겠습니다.

아폴로소행성군이란 무엇인가

이번에 화제가 된 소행성의 이름은 2026 JH2입니다. 애리조나주 투손에 위치한 마운트 레몬 탐사소의 천문학자들이 5월 10일, 즉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 불과 며칠 전에야 발견했습니다. 제가 처음 이 사실을 접했을 때 솔직히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그렇게 가까이 지나가는 물체를 며칠 전에야 발견했다는 게 영화 속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였으니까요.

2026 JH2는 아폴로소행성군(Apollo asteroid group)에 속합니다. 아폴로소행성군이란 지구가 태양 주위를 공전하는 궤도와 교차하는 궤도를 가진 소행성들의 집합을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지구의 길목을 가로질러 다니는 소행성 무리라고 보면 됩니다. 이 집합에 속한 소행성은 이론적으로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있는 경로를 갖고 있어 천문학자들이 특히 주의 깊게 관찰하는 분류입니다.

이 소행성은 화성과 목성 사이에 있는 소행성대에서 기원한 것으로 보입니다. 목성의 강력한 중력이 소행성대의 작은 천체를 튕겨내면서 일부가 지구 근처로 날아오게 되는데, 2026 JH2도 그런 경로로 태양계 안쪽까지 흘러들어온 것입니다. 이런 원리는 수십 년 전부터 알려진 사실이지만, 저는 학창 시절 태양계를 배울 때까지만 해도 소행성대가 그저 조용히 떠다니는 돌덩어리들의 집합 정도로만 생각했었습니다. 목성이 이렇게 적극적으로 태양계 내부의 교통을 '교란'하고 있다는 게 꽤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토리노척도로 보는 위험성 판단

"그러면 이 소행성은 실제로 얼마나 위험한가요?"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드는 것은 당연합니다. 저도 뉴스를 봤을 때 제일 먼저 이게 궁금했습니다.

이런 판단에 쓰이는 기준이 바로 토리노척도(Torino Scale)입니다. 토리노척도란 지구와 소행성의 충돌 가능성과 충돌 시 피해 규모를 0에서 10까지 숫자로 나타내는 위험 분류 체계입니다. 0은 충돌 가능성이 없거나 무시해도 좋은 수준, 10은 지구 문명을 위협하는 전 지구적 재앙 수준을 의미합니다. 이 척도를 만든 사람이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의 행성과학 교수 리처드 빈젤인데, 그는 2026 JH2에 대해 "지구를 안전하게 지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MIT 행성과학 연구실).

빈젤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자동차 크기의 물체는 매주, 스쿨버스 크기의 물체는 매년 여러 차례 지구와 달 사이를 지나갑니다. 이런 천체들이 최근에야 관측되기 시작한 건 그동안 없었던 게 아니라 관측 장비가 그만큼 정밀해졌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제 경험상 이런 이야기는 처음 들으면 불안감을 키우는 것 같지만, 되짚어보면 오히려 반대입니다. 예전엔 모르고 지나쳤던 것들을 이제는 잡아낼 수 있다는 뜻이니까요.

2026JH2가 가장 가까이 접근한 거리인 91,593km는 정지궤도(Geostationary orbit) 위성들이 운용되는 고도의 약 2.5배입니다. 정지궤도란 지구 표면에서 약 35,786km 상공에서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공전하며 항상 같은 위치에 머무는 위성 궤도를 말합니다. 기상 예보나 위성방송, 통신에 쓰이는 위성 대부분이 이 궤도에 있습니다. 2026 JH2는 이 위성들보다 훨씬 먼 거리를 지나갔으니 실질적인 위협은 없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소행성과 지구
소행성과 지구

크기 추정의 한계와 행성방어 공백

2026JH2의 정확한 크기는 지금도 명확히 알 수 없습니다. 현재 추정치는 지름 15

30미터(50

100피트)이며, 이 불확실성이 생기는 이유가 있습니다.

광학망원경(Optical Telescope)으로 새로운 천체를 관측할 때 얻을 수 있는 정보는 가시광선 영역의 밝기뿐입니다. 광학망원경이란 사람의 눈으로 볼 수 있는 빛의 파장 영역을 이용해 천체를 관측하는 망원경을 뜻합니다. 문제는 같은 밝기라도 물체가 크고 어둡거나, 작고 반사율이 높을 수 있다는 점입니다. 크기를 정확히 알려면 적외선 관측이 필요한데, 적외선 밝기는 크기에 비례하기 때문에 훨씬 정확한 추정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새로운 천체 탐색 단계에서는 이런 관측이 사실상 어렵습니다.

이 추정 범위에서 중요한 비교 대상이 있습니다. 아래 두 사건이 2026 JH2의 크기 스펙트럼 양 끝을 보여줍니다.

  • 2013년 러시아 첼랴빈스크 운석 폭발 사건: 소행성이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공중폭발, 창문이 깨지고 약 1,000명이 부상을 입었습니다. 2026 JH2의 작은 쪽 추정값(15m)과 비슷한 크기입니다.
  •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카 대폭발: 포드카멘나야 퉁구스카 강 인근 삼림 지대 수천 제곱킬로미터를 초토화시킨 사건으로, 2026 JH2의 큰 쪽 추정값(30m)과 유사한 크기입니다.

물론 2026JH2는 대기권에 진입하지 않고 지나갔기 때문에 폭발 가능성 자체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비교를 보고 제가 직접 느낀 건, 크기 추정의 불확실성이 생각보다 훨씬 큰 결과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관측 인프라의 공백입니다. 2020년 아레시보 전파망원경이 붕괴되었고, NASA의 골드스톤 안테나는 현재 대규모 수리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입니다. 행성 레이더(Planetary Radar)란 전파를 소행성에 쏘아 반사 신호를 분석함으로써 크기, 형태, 자전 속도까지 정밀하게 파악하는 기술입니다. 이 핵심 장비들이 동시에 멈춰 있다는 사실이 저는 이번 뉴스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대목이었습니다. 소행성 자체보다 관측 공백이 더 큰 리스크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출처: 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2029년 아포피스, 진짜 볼거리가 온다

이번 2026JH2는 가장 가까이 접근할 때도 소형 망원경으로만 겨우 볼 수 있는 수준이었습니다. 맨눈으로는 100배 이상 어두워서 보이지 않습니다. 저도 이 소식을 듣고 천문 앱을 켜서 위치를 확인해 봤는데, 역시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약간 허탈하기도 했지만, 그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증거이기도 했습니다.

반면 2029년 4월 13일, 아포피스(Apophis)라는 소행성은 이야기가 완전히 다릅니다. 아포피스는 2026JH2보다 최소 10배 이상 큰 천체로, 지구에서 약 32,000km 거리까지 접근할 예정입니다. 이 거리는 정지궤도보다도 훨씬 가깝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점은 과학자들이 이 접근을 걱정하기보다 오히려 매우 흥분된 시선으로 기다리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아포피스가 충돌 위험이 없다는 점이 이미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아포피스는 유럽, 아프리카, 중동 일부 지역의 밤하늘에서 맨눈으로도 관측될 정도로 밝게 빛날 예정입니다. 이런 크기의 천체가 이렇게 가까이 지나가는 건 수천 년에 한 번 있을 법한 일입니다. 천문학자들에게는 그야말로 살아생전 보기 어려운 관측 기회인 셈입니다.

어릴 때 가족과 함께 유성우를 보러 밤하늘을 올려다보던 기억이 납니다. 별똥별 하나가 지나가는 걸 보고 얼마나 탄성이 나왔는지 모릅니다. 아포피스가 지나가는 2029년 4월 밤, 그런 경험을 다시 해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이번 2026 JH2 뉴스를 보며 그날이 더 기다려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번 소행성 근접통과는 위험하지 않았지만, 제게는 꽤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 사건이었습니다. 비슷한 크기의 근지구 소행성 중 인류가 발견한 것이 전체의 약 1%에 불과하다는 사실, 그리고 핵심 관측 장비들이 지금 이 순간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그냥 지나치기 어렵습니다. 우주 관측 기술과 행성방어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걸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가상망원경 프로젝트나 NASA JPL 소행성 데이터베이스를 한 번 들여다보시길 권합니다. 생각보다 훨씬 가까이 지나다니는 것들이 많다는 걸 알게 됩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5/18/science/asteroid-earth-close-pa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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