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사 박물관에서 화석을 보면서 "크다, 신기하다" 정도로만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약 5억 5천만 년 전 바다에 살았던 벌레 모양의 동물 스프리기나 플라운더시(Spriggina floundersi) 화석이, 인간의 오른손잡이 경향이 어디서 시작됐는지를 보여준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고 완전히 다른 눈으로 화석을 보게 됐습니다. 화석 하나가 수억 년의 행동 역사를 품고 있다는 사실, 저도 처음엔 과장처럼 들렸습니다.

오른손잡이의 기원, 5억 년 전 바다에 있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오른손잡이냐 왼손잡이냐는 그냥 타고나는 거라고만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2026년 7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Scientific Report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에디아카라기(Ediacaran Period)에 살았던 스프리기나 플라운더시가 이미 방향 선호, 즉 좌우성(laterality)을 가지고 있었다는 겁니다. 여기서 에디아카라기란 약 6억 3,500만 년 전부터 5억 4,200만 년 전까지의 시기로, 지구 역사에서 최초의 복잡한 다세포 동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한 때를 말합니다.
연구를 이끈 뉴욕 미국 자연사 박물관의 스콧 에반스(Scott Evans)는 100개가 넘는 스프리기나 화석을 분석했습니다. 현재 남호주 지역에서만 발견되는 이 생물은 길이 2~3센티미터에 불과한 납작하고 마디가 있는 몸을 가졌으며, 한쪽 끝에 크고 구부러진 구조, 즉 머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머리를 가진 가장 초기의 동물로 알려진 존재입니다.
제가 직접 논문 요약본을 찾아 읽어봤는데, 핵심은 화석이 바위에 새겨진 방향에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화석이 왼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로 보존돼 있었는데, 이는 살아있을 당시 몸이 오른쪽으로 휘어 있었다는 뜻입니다. 왼쪽으로 구부러진 화석이 오른쪽으로 구부러진 화석보다 약 두 배 많았습니다. 이 비율은 오늘날 오른손잡이가 왼손잡이보다 많은 현대 동물들의 패턴과 정확히 맞아떨어졌습니다.
여기서 좌우성(laterality)이란 특정 방향을 일관되게 선호하는 행동 경향을 말합니다. 인간만의 특성이 아니라 다른 영장류, 쥐, 개구리, 심지어 곤충에게서도 나타나는 특성인데, 이번 연구는 그 뿌리가 5억 년도 더 전에 이미 형성됐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구체적으로 보여준 셈입니다(출처: Scientific Reports).
- 스프리기나 플라운더시는 에디아카라기(약 5억 5,000만 년 전)에 바다에서 살았던 생물로, 머리를 가진 가장 초기 동물 중 하나입니다.
- 100개 이상의 화석을 분석한 결과, 왼쪽으로 구부러진 화석이 오른쪽보다 약 2배 많았으며, 이는 생전에 오른쪽 방향을 선호했음을 뜻합니다.
- 이 방향 선호, 즉 좌우성은 인간을 포함한 현대 동물에서 나타나는 오른손잡이 경향의 진화적 기원으로 해석됩니다.
- 연구는 2026년 7월 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발표됐습니다.
화석이 움직임을 말하는 방식,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다
박물관에서 화석을 볼 때 저는 주로 "이게 얼마나 오래된 거야?"라는 생각만 했습니다. 생김새와 크기만 신기해했지, 그 화석이 살아있을 때 어떻게 움직였는지, 어느 방향을 좋아했는지 같은 건 생각조차 못 했습니다. 그런데 연구팀이 화석의 휘어짐을 분석한 방식을 읽고 나서 고생물학이 이렇게 치밀한 학문인지 처음 깨달았습니다.
연구팀은 먼저 스프리기나의 해부학적 구조(anatomy)를 분석해 이 생물이 얼마나 깊게 구부러질 수 있었는지 파악했습니다. 해부학적 구조란 생물의 몸을 이루는 각 부분의 형태와 배치를 말하며, 화석으로도 근육과 관절의 가동 범위를 어느 정도 추정할 수 있습니다. 분석 결과 스프리기나는 양방향으로, 심지어 U자 형태가 될 만큼 깊이 구부러질 수 있었습니다.
그다음 연구팀은 화석 주변 암석층을 수십 제곱미터씩 발굴하며 해류와 폭풍의 흔적을 추적했습니다. 만약 화석들이 모두 같은 방향으로 쏠려 있다면 외부 힘, 즉 물의 흐름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일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같은 지층에서 발견된 표본들은 제각기 다른 방향으로 기울고 구부러진 정도도 달랐습니다. 심지어 주변의 다른 화석들이 해류 방향에 따라 정렬돼 있는 상황에서도, 스프리기나만 그 방향과 전혀 다르게 휘어진 채로 발견된 경우도 있었습니다. 제 경험상 이런 식의 교차 분석은 논리적으로 꽤 설득력 있게 느껴졌습니다.
사후 건조에 의한 변형 가능성도 검토했습니다. 동물이 죽은 뒤 몸이 마르면서 자연스럽게 휘어질 수도 있거든요. 그런데 같은 지층에서 나온 표본들끼리도 곡률이 제각각이었다는 점이 이 가능성을 배제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남호주 박물관의 선임 고생물학자이자 애들레이드 대학교 부교수인 디에고 가르시아-벨리도(Diego García-Bellido)는 이 연구에 직접 참여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다른 방향으로 구부러진 개체들이 몸과 해저 사이에 퇴적물을 낀 채로 함께 화석화됐다는 사실이 이 생물들이 실제로 움직일 수 있었음을 강력하게 시사한다"라고 평가했습니다(출처: 애들레이드 대학교).
그리고 연구팀이 신경계(nervous system)와 근육의 연결 가능성을 언급한 부분이 특히 인상 깊었습니다. 신경계란 외부 자극을 받아들이고 몸의 움직임을 조절하는 기관 체계로, 스프리기나가 이미 이런 기초적인 신경-근육 연결을 갖추고 있었을 가능성이 제기된 겁니다. 5억 년 전 생물이 "어느 방향으로 구부러질지 선택"했다는 발상이, 솔직히 처음엔 황당하게 들렸는데, 근거를 따라가다 보니 꽤 합리적인 추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스프리기나 플라운더시는 어떤 생물인가요?
A. 약 5억 5천만 년 전 에디아카라기 바다에 살았던 작은 동물로, 현재는 남호주 지역에서 발견된 화석으로만 알려져 있습니다. 납작하고 마디가 있는 몸에 한쪽 끝이 크고 구부러진 구조, 즉 머리를 가진 가장 초기 동물 중 하나로 꼽힙니다. 길이는 대부분 2~3센티미터에 불과했습니다.
Q. 화석으로 어떻게 오른손잡이 여부를 알 수 있나요?
A. 화석이 바위에 남겨진 방향이 핵심입니다. 몸이 왼쪽으로 구부러진 화석이 많다는 것은, 생전에 오른쪽으로 몸을 구부리는 경향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연구팀은 해류나 사후 변형 같은 외부 요인을 모두 검토하고 배제한 뒤, 이 비율이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행동 선호임을 확인했습니다.
Q. 오른손잡이 경향은 왜 진화했을까요?
A. 아직 완전히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좌우성은 신경계가 비대칭적으로 발달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으로 봅니다. 어느 한쪽을 일관되게 사용하면 에너지를 절약하고 반응 속도를 높이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자연 선택 과정에서 살아남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경향은 인간뿐 아니라 다른 영장류, 개구리, 곤충에게서도 나타납니다.
Q. 스프리기나는 스스로 움직일 수 있었나요?
A. 이번 연구에서 그 가능성이 강하게 뒷받침됐습니다. 같은 지층에서 서로 다른 방향과 각도로 구부러진 표본들이 발견됐고, 해류나 외부 힘으로는 이 다양성을 설명할 수 없었습니다. 연구팀은 스프리기나가 이미 기초적인 신경-근육 연결을 갖추고 해저를 기어 다녔을 것으로 결론지었습니다.
결론
이번 연구를 접하고 나서, 다음에 박물관을 가면 이전과는 전혀 다르게 화석을 볼 것 같습니다. 크기나 생김새가 아니라 "이 생물은 어떻게 움직였을까, 어느 방향을 좋아했을까"를 상상하면서요. 제 경험상 과학 기사는 읽을 때만 신기하고 금세 잊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건 좀 달랐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쓰던 오른손이 5억 년의 진화 역사와 연결돼 있다는 감각이 꽤 오래 남았습니다.
고생물학은 단순히 멸종한 생물을 기록하는 학문이 아닙니다. 작은 화석의 휘어진 방향 하나에서 생명의 행동 역사를 추적해내는, 생각보다 훨씬 치밀한 분야입니다. 앞으로 새로운 에디아카라기 화석 연구들이 쌓일수록, 우리가 지금 당연하게 여기는 특성들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이어져 온 것인지 더 많이 밝혀질 것 같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에디아카라기 생물 관련 다큐멘터리나 자연사 박물관의 고생대 전시관을 직접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7/09/science/earliest-animal-right-handedness-spriggina-flounders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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