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주 다큐멘터리를 즐겨 보다 보면 "태양도 언젠가 죽는다"는 말을 한 번쯤 듣게 됩니다. 저도 처음엔 그게 그냥 먼 미래 이야기라 흘려들었는데, 이번 연구를 접하고 나서는 생각이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미 죽은 별 주위를 목성 크기의 행성이 34시간마다 공전하고 있다는 사실, 그리고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그 대기 성분까지 분석해냈다는 소식은 솔직히 예상 밖이었습니다. 이 발견이 단순한 외계행성 탐사가 아니라 우리 태양계의 50억 년 후를 미리 들여다보는 창문이라는 점이 더욱 인상 깊었습니다.
죽은 별 옆의 행성, 왜 이게 특별한가
제가 우주 관련 콘텐츠를 꽤 오래 챙겨봤지만, 백색왜성(White Dwarf) 주위를 공전하는 행성이 실제로 관측된 사례를 접한 건 솔직히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백색왜성이란 태양처럼 중간 질량의 별이 핵연료를 모두 소진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친 뒤 남긴 고밀도 잔해를 말합니다. 쉽게 말해 별의 '시체'라고 보면 됩니다.
지구에서 약 80광년 떨어진 곳에 위치한 WD 1856 b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이 행성은 죽은 별인 백색왜성 WD 1856 주위를 고작 34시간마다 한 바퀴씩 돌고 있는데, 모항성과의 거리가 약 300만 킬로미터 이하입니다. 지구와 태양 사이 거리보다 무려 50배나 가까운 수치입니다. 처음 이 수치를 봤을 때 제 눈을 의심했을 정도였습니다.
문제는 이 행성의 크기입니다. WD 1856 b는 지구 크기의 별보다 무려 7배나 더 큰 거대 행성입니다. 별은 죽어서 지구만 해졌는데, 그 주위를 지구보다 훨씬 큰 행성이 돌고 있다는 상황 자체가 이미 기존 상식을 벗어납니다. 노스웨스턴 대학교의 크리스토퍼 오코너 박사는 이것을 "있어서는 안 될 곳에 있는 이상한 물체"라고 표현했는데, 제 느낌도 정확히 그랬습니다.
적색거성(Red Giant)이란 별이 말년에 수소 연료를 다 쓰고 외층이 수백 배로 부풀어 오른 상태를 말합니다. 태양도 약 50억 년 후 이 단계에 진입하면 수성, 금성을 삼키고 지구 궤도 근처까지 팽창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WD 1856b는 바로 그 과정을 이미 겪고도 살아남은 행성입니다(출처: NASA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
- WD 1856 b의 공전 주기: 34시간 (지구의 365일과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짧음)
- 모항성과의 거리: 약 300만 km 이하 — 지구-태양 거리의 50분의 1
- 행성 크기: 모항성(지구 크기)보다 7배 더 큰 목성급 가스 행성
- 발견 연도: 2020년, 지구에서 80광년 거리
제임스 웹이 포착한 것들, 그리고 두 가지 생존 시나리오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JWST)이 이번 연구에서 핵심 역할을 했습니다. JWST란 허블 우주망원경의 후계 기기로, 적외선 영역에서 극도로 미세한 빛의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우주 관측 장비입니다. 쉽게 말해 우주에 떠 있는 초정밀 열화상 카메라 같은 존재입니다.
연구팀이 가장 애먹은 부분은 관측 타이밍이었습니다. 백색왜성은 태양처럼 밝은 별이 아니라 훨씬 어두운 잔해이기 때문에,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는 행성 통과(Transit) 현상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행성 통과란 행성이 별과 관측자 사이를 지나며 별빛을 일시적으로 가리는 현상인데, WD 1856 b의 경우 이 시간이 단 8분밖에 되지 않습니다. 코넬대학교의 빅토리아 보엠은 이를 "눈 깜빡할 사이에 놓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표현했습니다. 제가 직접 관측 과정을 설명하는 자료를 찾아봤는데, JWST가 아니면 사실상 불가능한 관측이라는 점이 더 실감 났습니다.
그 8분 사이 별빛이 행성 대기를 통과하며 만들어낸 스펙트럼 데이터에서 연구팀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연달아 얻었습니다. 우선 행성 질량이 목성의 4~11배에 달한다는 추정값이 나왔습니다. 그리고 행성 표면 온도가 약 127도 섭씨로 측정됐는데, 백색왜성의 열만으로 가열될 경우보다 약 133도나 더 높은 수치였습니다. 이 온도 차이가 "행성이 지금 궤도까지 이동해 온 역사"를 추적하는 실마리가 됐습니다.
연구팀이 제시한 생존 시나리오는 크게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삼켜짐 모델'로, 항성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할 때 행성이 일시적으로 그 내부로 흡수됐다가 살아남았다는 가설입니다. 두 번째는 '중력 상호작용 모델'로, 항성계 내 다른 천체들의 중력이 WD 1856b를 현재의 좁은 궤도로 끌어당겼다는 가설입니다. 데이터는 가열이 약 10억 년 전에 발생했음을 시사해 '삼켜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입니다. 메탄이 예상보다 풍부하게 검출된 점도 같은 맥락을 지지합니다. 항성 내부로 흡수됐다면 메탄 같은 탄화수소 성분이 희석됐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입니다(출처: 학술지 Nature).
50억 년 후 태양계, 목성과 토성의 운명은
이번 연구가 단순한 외계 탐사로 끝나지 않는 이유는 바로 이 대목 때문입니다. WD 1856 시스템은 우리 태양계의 미래를 시뮬레이션하는 실물 모델에 가깝습니다. 제가 이 부분을 읽으면서 가장 오래 멈칫했던 대목이기도 합니다.
태양도 약 50억 년 후에는 수소 연료를 소진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쳐 백색왜성으로 변합니다. 수성과 금성은 적색거성 단계에서 태양에 삼켜질 가능성이 높고, 지구 역시 오코너 박사의 표현을 빌리면 "위험 지대의 가장자리"에 걸쳐 있습니다. 반면 목성과 토성 같은 외행성들은 현재 궤도 거리가 지금보다 약 두 배로 벌어지면서도 백색왜성 주위를 계속 공전할 가능성이 높다고 연구팀은 예측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흥미로운 가능성이 하나 더 있습니다. 목성이나 토성 중 하나가 중력 상호작용 끝에 WD 1856 b처럼 백색왜성 아주 가까이로 끌려 들어갈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입니다. 오코너 박사는 이를 배제할 수 없다고 했는데, 제 경험상 이런 '낮은 확률의 극단적 시나리오'가 결국 우주에서는 꽤 자주 현실이 되곤 합니다.
세인트앤드루스 대학교의 라이언 맥도널드 박사는 "항성의 죽음이 끝이 아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표현이 저에게는 꽤 오래 남았습니다. 별이 소멸한 뒤에도 행성은 수조 년 동안 그 주위를 돌 수 있고, WD 1856 시스템이 바로 그 증거입니다. 과거에는 우주 다큐멘터리에서 "태양이 죽으면 모든 게 끝"이라는 식의 묘사를 많이 봤는데, 실제로는 그 이후에도 이야기가 이어진다는 점이 개인적으로 굉장히 위안이 됐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백색왜성이 뭔가요? 태양도 백색왜성이 되나요?
A. 백색왜성은 태양 정도 질량의 별이 핵 연료를 다 소진하고 적색거성 단계를 거친 뒤 남기는 고밀도 잔해입니다. 태양도 약 50억 년 후에 이 과정을 밟아 지구 크기의 백색왜성으로 수축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현재 태양계에서 백색왜성 단계는 아직 수십억 년 뒤의 이야기입니다.
Q. WD 1856 b는 어떻게 별이 죽는 과정에서 살아남은 건가요?
A. 아직 확정된 답은 없습니다. 현재 유력한 가설은 다른 천체들의 중력 영향으로 WD 1856 b가 별의 죽음 이후 현재의 좁은 궤도로 끌려 들어왔다는 '중력 상호작용 모델'입니다. 행성의 온도와 메탄 검출량 데이터가 이 가설을 더 지지하는 것으로 분석되지만, 추가 관측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Q. 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왜 이 관측에 꼭 필요했나요?
A. 백색왜성은 일반 별보다 훨씬 어둡고, WD 1856 b의 행성 통과 시간이 단 8분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JWST는 극도로 민감한 적외선 감지 능력 덕분에 이 짧은 시간 안에 행성 대기의 스펙트럼 데이터까지 포착할 수 있었습니다. 기존 망원경으로는 사실상 불가능한 관측이었습니다.
Q. 태양이 적색거성이 되면 지구는 어떻게 되나요?
A. 연구팀에 따르면 지구 궤도는 태양이 적색거성으로 팽창할 때 "위험 지대의 가장자리"에 걸쳐 있어 운명이 아직 불확실합니다. 수성과 금성은 삼켜질 가능성이 높고, 목성과 토성 같은 외행성들은 궤도가 지금보다 약 두 배로 벌어지며 백색왜성 주위를 계속 공전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결론
이번 연구를 쭉 따라가다 보면 결국 WD 1856 b 하나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이 꽤 많다는 생각이 듭니다. "별이 죽어도 행성은 남는다"는 사실, 그리고 그 행성의 대기 성분까지 분석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가장 크게 와닿았습니다. 제 경험상 우주 관련 뉴스는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건 우리 태양계의 미래와 직결된다는 점에서 유독 가깝게 느껴졌습니다.
아직 행성이 어떻게 현재 궤도에 진입했는지는 가설 단계이고, 온도 추정값에 대한 연구자 간 이견도 존재합니다. 앞으로 JWST의 추가 관측 데이터가 쌓이면 더 명확한 그림이 그려질 것으로 보입니다. 우주과학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이번 WD 1856 b 관련 후속 연구를 계속 챙겨보실 것을 권합니다. 작은 별 하나의 이야기가 결국 우리 태양계 전체의 운명을 이해하는 열쇠가 될 수 있으니까요.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7/02/science/webb-exoplanet-dead-st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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