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치 미라 미생물 (고대균류, 장내미생물, 보존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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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외치 미라 미생물 (고대균류, 장내미생물, 보존전망)

by trip.chong 202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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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저는 미라 연구가 그냥 뼈나 피부 상태를 살펴보는 수준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5,300년 전 사망한 외치(Ötzi)의 몸속 미생물 일부가 지금도 살아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를 접하고, 제가 얼마나 좁은 시각을 갖고 있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죽은 몸 안에서 수천 년을 버텨온 생명체라니, 다큐멘터리에서도 본 적 없는 이야기였습니다.

5,300년 전 알프스에서 죽은 남자와 그 동행자들

저는 평소 고고학이나 인류사 관련 다큐멘터리를 자주 챙겨 봅니다. 이집트 미라를 CT 촬영으로 분석하는 장면을 본 이후로, 과학이 과거를 얼마나 정밀하게 복원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외치 역시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이름이었는데, 이번에 새로 발표된 연구는 제가 알던 수준을 한참 넘어서는 내용이었습니다.

일반적으로 미라 연구라 하면 외형 보존 상태나 유전자 분석 정도를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이번 연구는 외치의 몸 안팎에 서식하는 미생물군집(microbiome)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었습니다. 여기서 미생물군집이란 특정 환경에 함께 살고 있는 미생물 전체의 집합을 뜻하는 개념으로, 최근 인체 건강 연구에서 핵심 주제로 부상한 분야입니다.

연구팀은 외치의 몸 안 수분 저장소를 분석하고 외부 피부를 면봉으로 채취하는 방식으로 샘플을 확보했습니다. 여기서 발견된 것 중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글라시오지마(Glaciozyma), 고페아우지마(Goffeauzyma), 므라키아(Mrakia), 페놀리페리아(Phenoliferia) 네 종류의 저온 적응성 효모였습니다. 저온 적응성 효모란 남극처럼 극한의 추위 속에서도 세포 기능을 유지하며 생존할 수 있는 곰팡이류를 말합니다.

제가 직접 관련 논문 요약을 찾아 읽어보니, 이 효모들이 단순히 얼어 있는 상태가 아니라 박물관의 극저온 보관 환경 안에서도 천천히 증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대목에서 멈칫했습니다. 영하 6도, 상대습도 99%라는 조건이 오히려 이 균류에게는 익숙한 환경이었다는 뜻이니까요.

이번 연구 결과가 학술지 마이크로바이옴(Microbiome)에 발표되면서, 고대 유해 속 미생물 연구의 기초 자료가 마련되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출처: Microbiome Journal).

5,300년 전 장(腸)이 알려주는 것들

제 경험상, 이런 연구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언제나 "우리는 무엇을 몰랐는가"입니다. 외치의 장내 샘플 분석 결과는 그 질문에 꽤 묵직한 답을 내놓았습니다.

연구를 이끈 이탈리아 볼차노 유라크 연구소의 프랭크 마익스너 소장은, 외치의 장 안에서 확인된 고대 박테리아가 현대 산업화 사회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반면 전통적인 생활 방식을 유지하는 비산업화 집단에서는 아직 발견된다고 합니다. 쉽게 말해 외치의 장은 산업화 이전 인류의 마이크로바이옴을 그대로 보존한 타임캡슐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장내 환경은 식단이나 항생제 사용, 도시화에 따라 급격히 변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외치의 사례를 보면, 그 변화가 얼마나 근본적이었는지 오히려 더 실감이 납니다. 수천 년 전 인간과 오늘날 우리의 장속이 이 정도로 달라졌다는 것,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연구에서 확인된 주요 미생물 종류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글라시오지마(Glaciozyma): 2010년 데이터보다 현재 미라에서 더 많이 발견됨. 박물관 보관 중에도 증식 가능성 있음
  • 므라키아(Mrakia): 저온 환경 특화 효모. 보존 화합물 분해 유전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
  • 고페아우지마(Goffeauzyma), 페놀리페리아(Phenoliferia): 미라 보존에 사용된 유기물 분해 유전자 보유
  • 메틸로박테리움, 스핑고모나스: 피부 표면에서 발견. 현대 취급 과정에서 유입된 오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류
  • 포도상구균: 오염 여부를 두고 연구자 간 의견이 엇갈리는 균종

영국 이스트앵글리아 대학교의 진화유전체학(evolutionary genomics) 연구원 안데르스 베르그스트룀은 이번 연구가 고대 유해의 미생물 DNA 연구에서 그동안 무시되어 온 문제, 즉 발견된 미생물이 고대 것인지 최근 오염인지 구별하는 방법론에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고 평가했습니다. 진화유전체학이란 생물의 유전체 변화를 진화적 관점에서 분석하는 분야로, 고대 DNA 연구와 깊이 연결된 학문입니다.

한편 멕시코 국립 자치 대학교(UNAM)의 르네 세리토스 교수는 배양 기반 분석법이 5,300년 된 미생물을 되살릴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장 인상적이라고 밝혔습니다(출처: UNAM). 다만 포도상구균의 경우 인간 피부에 흔히 존재하는 균종인 만큼, 고대 미생물로 단정하기 전에 게놈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습니다. 이 부분은 저도 공감했습니다. 연구 결과가 아무리 흥미로워도 오염 가능성을 배제하는 과정이 끝나야 진짜 결론이 나오는 것이니까요.

살아있는 미생물이 미라 보존에 던지는 과제

지금까지의 외치 연구는 그의 삶을 꽤 구체적으로 복원해냈습니다. 마지막 식사에는 사슴과 아이벡스 고기, 곡물과 식물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어깨에 박힌 화살로 인한 과다 출혈이 사인일 가능성이 높고, 몸에는 61개의 문신이 있었으며, 헬리코박터 파일로리(Helicobacter pylori) 감염도 확인되었습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란 위장 내에 서식하며 위염과 위궤양, 경우에 따라 위암까지 유발할 수 있는 세균입니다.

여기에 이번 미생물 연구가 더해지면서, 외치는 그야말로 고대 인류의 종합 기록 보관소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신경 쓰인 것은 다른 부분이었습니다. 일부 효모들이 미라 보존에 사용된 화합물과 유기물을 분해하는 유전자를 갖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현재 미라 자체에 손상 흔적은 없다고 하지만, 이 미생물들이 활성화될 경우 보존 상태를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는 충분히 납득됩니다.

DNA 손상 분석(ancient DNA damage analysis)이라는 방법이 이번 연구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이 분석은 DNA 분자의 화학적 손상 패턴을 보고 해당 유전 물질이 고대 것인지 최근에 유입된 것인지 추정하는 기법으로, 고대 DNA 연구에서 오염 여부를 걸러내는 핵심 도구입니다. 이 방법 덕분에 연구팀은 외치 본래의 미생물과 현대 취급 과정에서 유입된 미생물을 어느 정도 구분할 수 있었습니다.

앞으로 이 분야 연구가 외치 외에 더 많은 고대 유해로 확장된다면,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미생물이 수천 년 동안 살아남아 있다는 사실이 밝혀질 수 있습니다. 뼈나 피부 조각 하나에도 당시 환경의 미생물 생태계가 담겨 있을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이번 연구는 외치가 얼마나 특별한 표본인지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줌과 동시에, 미라 보존 방식 자체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숙제를 남겼습니다. 저도 앞으로 고고학 다큐멘터리를 볼 때 미생물이라는 시각을 하나 더 얹어서 보게 될 것 같습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외치와 관련된 다른 연구들, 특히 그의 게놈과 장내 마이크로바이옴을 다룬 논문들을 찾아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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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6/08/science/otzi-the-iceman-microbial-activi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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