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중해 백상아리 (유령 그물, 혼획, 멸종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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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지중해 백상아리 (유령 그물, 혼획, 멸종 위기)

by trip.chong 2026. 6.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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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아리

솔직히 저는 오랫동안 백상아리를 그냥 '죠스'로만 알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영화에서 본 그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거든요. 그런데 최근 지중해 수심 40미터 아래에서 포착된 백상아리 영상 관련 소식을 접하고, 제가 얼마나 단편적인 시각을 갖고 있었는지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유령 그물, 바닷속 보이지 않는 덫

Ghost Diving 재단 소속 다이버 데르크 렘머스는 Healthy Seas가 주관한 난파선 정화 캠페인에 참여해 지중해 수심 40미터 이상을 잠수하던 중,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지중해 백상아리와 조우했습니다. 영상 기록까지 남긴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고 합니다. 렘머스 본인도 "이성적으로는 인간이 상어의 먹잇감이 아니라는 걸 알았지만, 상어도 그 사실을 알기를 바랐다"라고 털어놓았는데, 저는 그 표현이 너무 공감됐습니다.

이 잠수의 목적은 유령 그물(Ghost Net)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유령 그물이란 어선이 분실하거나 바다에 방치한 폐어구를 말하는데, 수면 아래에서 조류에 떠다니며 해양 생물을 무차별적으로 포획하는 덫이 됩니다. 과학자들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전체 어구의 약 3~10%가 유실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수치로 보면 작아 보일 수 있지만, 전 세계 어선의 수를 감안하면 실제로 바다 밑에 쌓이는 양은 어마어마합니다.

일반적으로 난파선은 해양 생태계에서 인공 암초(Artificial Reef)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인공 암초란 자연 암초가 없는 해역에서 인공 구조물이 물고기와 무척추동물의 서식지로 기능하는 현상을 말합니다. 실제로 다양한 생물 다양성의 거점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제 경험상 이 긍정적인 측면만 부각되는 경우가 많은데, 유령 그물이 난파선 주변에 쌓이기 시작하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생태계의 거점이 거대한 덫으로 변하는 것이지요.

유령 그물이 해양 생물에 미치는 피해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물고기, 바다거북, 상어 등이 그물에 걸려 탈출하지 못하고 폐사
  • 분해되지 않는 합성 섬유가 수십 년간 바다 속에 잔류
  • 미세 플라스틱으로 분해되어 먹이사슬 전체에 오염 전파
  • 난파선 생태계를 포함한 인공 암초 주변 생물 다양성 파괴

저도 바닷가에서 해양 쓰레기 관련 기사를 접할 때마다 안타깝다고 느꼈지만, 솔직히 유령 그물 문제가 이 정도로 구체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주고 있다는 사실은 이번에야 제대로 인식했습니다.

혼획과 멸종 위기, 상어가 실제 위협받는 방식

일반적으로 백상아리는 인간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라고 알려져 있지만, 데이터를 보면 실상은 정반대입니다. 제 경험상 미디어가 만들어 낸 공포 이미지가 실제 생태 현실을 얼마나 왜곡하는지 이보다 명확한 사례도 없을 것 같습니다.

백상아리가 개체 수 감소를 겪는 핵심 원인 중 하나는 혼획(Bycatch)입니다. 혼획이란 특정 어종을 목표로 조업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다른 생물이 어망에 함께 포획되는 현상을 말합니다. 상어는 이 혼획 피해에 특히 취약한데, 일단 대형 어망에 걸리면 헤엄을 치지 못해 산소 공급이 끊기고 결국 폐사에 이릅니다.

국제자연보전연맹(IUCN)은 백상아리를 취약종(Vulnerable)으로 분류하고 있으며, 지난 3세대에 걸쳐 전 세계 백상아리 개체 수가 30~49% 감소한 것으로 추정합니다. IUCN에서 사용하는 적색목록(Red List)이란 멸종 위험에 처한 생물 종의 현황을 체계적으로 평가해 등급을 매기는 국제 기준으로, 과학적 보전 정책 수립의 근거 자료로 활용됩니다(출처: IUCN Red List).

지중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합니다. IUCN은 지중해 백상아리를 전 세계 기준보다 훨씬 높은 등급인 심각한 멸종 위기종(Critically Endangered)으로 별도 분류하고 있습니다. 수십 년간 이어진 연안 및 산업 어업의 영향으로 지중해 내 개체 수가 극심하게 줄어든 것입니다. 40년 이상 목격 사례조차 없었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합니다. 영국 샤크 트러스트(Shark Trust)에 따르면 지중해에 서식하는 약 80종의 상어와 가오리가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으며, 이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모든 어업 국가가 일관된 어업 규정을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합니다(출처: Shark Trust).

저는 이 부분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지금까지는 멸종 위기라고 하면 막연히 열대우림의 동물들을 떠올렸는데, 우리가 쉽게 접하는 지중해 인근 바다에서도 이런 수준의 위기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았습니다. 렘머스가 상어를 목격하고 "증거 없이 말하면 아무도 안 믿을 것 같아 서둘러 카메라를 켰다"라고 한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었던 겁니다.

결국 이번 영상이 의미 있는 이유는 단순히 희귀한 장면을 담아서가 아닙니다. 인간의 활동으로 거의 사라진 생물이 그 인간들이 만든 쓰레기를 치우러 간 현장에 나타났다는 역설적인 맥락 때문입니다.


이 영상을 보면서 저는 두 가지를 다시 확인했습니다. 상어는 보호받아야 하는 존재이고, 유령 그물 문제는 생각보다 훨씬 시급하다는 것입니다. 해양 환경 보호에 거창한 활동이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바닷가에서 쓰레기를 줍는 것, 해산물 소비 시 지속 가능한 어업 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것처럼 작은 실천부터 시작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관심 없이 보던 바다 뉴스 하나가 이렇게 많은 것을 되돌아보게 할 줄은 몰랐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6/09/science/great-white-shark-mediterranean-diver-footage-scli-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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