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에서 고대 유물을 처음 마주했을 때, 단순히 낡은 물건을 보는 게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삶의 이야기를 읽게 되는 순간이 있습니다. 최근 학술지 Antiquity에 발표된 연구가 바로 그런 감각을 다시 불러일으켰습니다. 철기 시대 스코틀랜드 여성의 두개골 안쪽에서 발견된 절개 흔적이, 2,000년 전 장례 의식의 실체를 조금씩 드러내고 있습니다.

두개골 안쪽의 절개 흔적이 말해주는 것
솔직히 이 연구를 처음 접했을 때는 다소 당혹스러웠습니다. 뇌를 꺼낸다는 행위 자체가 현대인의 감각으로는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으니까요. 그런데 내용을 천천히 읽다 보니, 이게 단순한 훼손이 아니라는 쪽으로 생각이 기울었습니다.
연구진이 주목한 건 두개골 내벽에 남은 절흔(cut mark)이었습니다. 절흔이란 날카로운 도구가 뼈 표면을 긁거나 자를 때 남는 선형 흔적으로, 동물 해체 흔적이나 외과적 처치 흔적과 구별해서 분석하는 법의 고고학의 핵심 단서입니다. 이 절흔이 두개골 기저부, 즉 뇌와 척수를 연결하는 인대가 붙어 있는 부위에 집중되어 있었다는 점이 핵심이었습니다.
요크 대학교의 고고학자 로라 카스텔스 나바로 박사는 두개골 밑부분이 의도적인 충격으로 부러졌으며, 이는 두개골을 보존하면서 뇌에 접근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제가 예전에 박물관에서 해부학 관련 전시를 봤을 때도 느꼈지만, 당시 사람들이 신체 구조에 대해 가졌던 지식수준이 생각보다 훨씬 정교했다는 사실이 새삼 인상 깊었습니다.
이번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단서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두개골 내벽에 직선형·평행한 절흔이 다수 확인됨
- 두개골 기저부가 의도적 충격에 의해 골절된 정황
- 대퇴골, 상완골, 척골 등 긴 뼈 최소 4개가 매장 전 변형됨
- 변형된 뼈들이 원래의 해부학적 위치에 맞춰 재배치됨
이 마지막 항목이 저에게는 가장 의미 있게 다가왔습니다. 뼈를 손질하고도 정확한 자리에 다시 놓았다는 건, 분명히 어떤 의도와 존중이 담긴 행위였다는 뜻이니까요.
철기 시대 매장 풍습, 그 복잡한 맥락
이 여성의 유해가 발견된 곳은 스코틀랜드 본토 최북단 산비탈의 케언(cairn) 아래였습니다. 케언이란 돌을 쌓아 올린 무덤 구조물로, 영국 제도의 선사 시대 및 철기 시대 장례 문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형태입니다. 같은 케언 아래에는 15세 전후로 추정되는 젊은 남성의 유해도 함께 있었는데, 이 두 사람은 DNA 분석 결과 외가 쪽으로 이어지는 친척 관계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도 확인되었습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radiocarbon dating)에 따르면 두 사람의 사망 시점은 기원전 50년에서 서기 70년 사이로 추정됩니다. 방사성 탄소 연대 측정법이란 생물체 내에 포함된 탄소-14 동위원소의 붕괴 속도를 이용해 유기물의 연대를 추정하는 과학적 방법으로, 현재 고고학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연대 측정 기술 중 하나입니다. 두 사람이 동시에 매장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는 점에서, 이 케언이 단일 사건의 결과가 아니라 지속적으로 활용된 의례 공간이었을 수 있습니다.
제가 직접 역사 다큐멘터리나 고고학 관련 자료를 찾아보면서 느낀 건, 철기 시대 영국 제도의 장례 문화가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것보다 훨씬 다양했다는 점입니다. 나바로 박사에 따르면 당시 스코틀랜드에는 공동묘지도 일부 있었지만, 상당수의 유해가 집 안, 구덩이, 자연 동굴 같은 이례적인 장소에서 발견됩니다. 이런 맥락을 알고 나니, 이번 케언 매장도 단순히 '시신을 처리한 것'이 아니라 공동체의 기억과 연결된 의례였을 가능성이 커 보였습니다.
고고학 연구가 밝혀내는 선사 시대의 신념 체계
제 경험상 이런 연구를 접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건, 현재의 기준으로 과거를 단정 짓는 태도입니다. 뇌를 꺼내고 뼈를 다듬는 행위가 '학대'였는지 '존경'의 표현이었는지를 두고 연구진도 명확한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오히려 이 연구를 더 정직하게 만드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법의고고학(forensic archaeology)은 뼈에 남은 흔적을 분석해 사망 원인이나 사후 처리 방식을 추적하는 학문입니다. 쉽게 말해, 뼈가 기록한 역사를 읽어내는 작업입니다. 이번 연구에서 설치류가 갉아먹었을 가능성을 초기에 제기했던 2003년 보고서의 해석이 뒤집힌 것도, 바로 이 법의 고고학적 분석 덕분이었습니다. 설치류의 흔적은 불규칙하고 거친 반면, 이번에 확인된 흔적은 매끄럽고 의도적으로 다듬어진 형태였다는 점이 결정적이었습니다.
고동위원소 분석(isotope analysis)도 이번 연구에 활용되었습니다. 고동위원소 분석이란 치아나 뼈에 남은 화학 성분을 분석해 그 사람이 어디서 자라고 무엇을 먹었는지를 추적하는 기법으로, 이를 통해 두 사람의 식이 패턴과 지역적 배경을 유추할 수 있었습니다. 영국 고고학 저널 Antiquity는 이처럼 복합적인 분석 방법론을 적용한 연구들을 지속적으로 발표하며 선사 시대 이해를 넓히고 있습니다(출처: Antiquity Journal).
나바로 박사는 당시 스코틀랜드 다른 유적지에서도 두개골 조각에 구멍을 뚫어 매달아 놓는 관습의 흔적이 발견된다고 말했습니다. 이번 사례가 완전히 고립된 이상 현상이 아니라, 철기 시대 영국 제도 전반에 걸쳐 존재했던 '산 자와 죽은 자의 상호작용' 문화와 맞닿아 있다는 뜻입니다. 요크 대학교 고고학과는 이런 종류의 연구를 꾸준히 이어오고 있으며, 철기 시대 유해 처리 방식에 관한 주요 연구 거점 중 하나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출처: University of York Department of Archaeology).
이번 연구 결과를 접하고 나서 가장 오래 머릿속에 남은 건, 변형된 뼈들이 정확한 해부학적 위치에 재배치되어 있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제가 직접 느끼기엔, 그건 두려움이나 혐오가 아니라 일종의 세심한 작별 인사에 가까웠을 것 같습니다.
고고학이 흥미로운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습니다. 수천 년 전 사람들이 죽음 앞에서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행동했는지를, 뼈에 남은 작은 흔적 하나로 조금씩 복원해 나가는 과정 말입니다. 이 연구가 완전한 답을 내놓지는 못했지만, 철기 시대 사람들이 죽음을 단순한 종말이 아니라 무언가가 계속되는 과정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점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이 생기셨다면 Antiquity 저널의 원문을 직접 찾아보시는 것도 좋은 출발점이 될 것입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6/09/science/iron-age-scots-removed-brains-burial-intl-sc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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