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 아프리카 줄무늬쥐 12만 건 이상의 울음소리가 AI로 분석되어 개체 식별과 감정 전달 가능성이 확인되었습니다. 솔직히 처음 이 숫자를 접했을 때 꽤 놀랐습니다. 동물의 소리가 단순한 반응이 아니라 '정보'를 담고 있다는 건, 제가 길에서 새소리를 들으며 막연히 품어온 궁금증이 틀리지 않았다는 뜻이니까요.

동물도 서로를 알아본다 — 생물음향학 연구의 배경
생물음향학(bioacoustics)이란 동물이 생성하거나 수신하는 소리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분야입니다. 쉽게 말해 동물의 '귀와 입'을 분석하는 학문인데, 최근 몇 년 사이 녹음 장비와 머신러닝이 결합되면서 완전히 다른 차원으로 도약했습니다.
프랑스 생테티엔 대학 연구팀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카루 지역에서 12일 동안 23개의 마이크를 설치해 줄무늬쥐의 초음파 발성 122,619개를 수집했습니다. 분석 결과 발성 유형이 최소 7가지 이상으로 구분됐고, 각 쥐 둥지마다 고유한 발성 패턴이 존재했습니다. 개별 쥐들도 저마다 다른 '목소리'를 갖고 있었습니다. 제가 직접 연구 내용을 찾아보면서 느낀 건, 이게 단순히 "쥐가 소리를 낸다"는 수준이 아니라는 점이었습니다. 이웃 개체의 소리에는 경계 반응을 보이고, 낯선 개체의 소리에는 도주 반응을 보인다는 실험 결과는, 이미 사회적 맥락을 읽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입니다.
침팬지 연구는 더 나아갑니다. 코트디부아르 타이 국립공원에서 수십 년간 침팬지를 관찰해온 연구팀은 침팬지가 12가지 기본 발성을 조합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예를 들어 휴식을 뜻하는 "후" 소리와 인사 때 나오는 헐떡이는 "으르렁" 소리를 합치면 "둥지를 짓자"는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이는 인간 언어에서 단어 순서나 조합이 의미를 바꾸는 구문(syntax)과 유사한 현상입니다. 여기서 구문이란 단어들 사이의 배열과 관계 규칙을 뜻하는 개념으로, 오랫동안 인간 언어만의 고유한 특징으로 여겨져 왔습니다.
AI가 바꾼 해독의 속도 — 머신러닝 분석의 핵심
이 모든 연구가 가능해진 핵심 배경은 인공 신경망(artificial neural network)의 도입입니다. 인공 신경망이란 인간 뇌의 신경 연결 구조를 모방하여 패턴을 스스로 학습하는 알고리즘으로, ChatGPT 같은 대규모 언어 모델의 기반이 되는 기술과 동일한 원리입니다. 연구자들은 수십만 건의 발성 데이터를 이 신경망에 학습시켜 개체 식별, 발성 유형 분류, 맥락 분석을 자동화했습니다.
캘리포니아 UC버클리 연구팀은 사육 상태의 얼룩말핀치(zebra finch)를 대상으로 한 단계 더 나아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새에게 버튼을 쪼아 소리를 재생하도록 훈련시킨 뒤, 연구자가 지정한 발성 유형과 일치하는 소리를 선택하면 씨앗으로 보상하는 방식이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새들은 인간이 분류한 11가지 발성 유형을 스스로도 동일하게 구분했고, 실수를 할 때도 소리가 비슷한 경우가 아니라 의미가 비슷한 경우에 혼동했습니다. 이는 새들이 단순히 소리 패턴이 아닌 '의미'를 기억하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콩고 민주공화국에서 9개월 동안 보노보를 연구한 밀라노 대학 박사후 연구원 멜리사 베르테는 매일 새벽 4시에 기상해 빽빽한 열대우림을 따라다니며 700여 개의 단일 및 복합 발성을 채집했습니다. 각 발성마다 300개가 넘는 맥락 항목을 수기로 기록했다고 하는데, 제가 읽으면서 그 인내심에 솔직히 감탄이 나왔습니다. 현장 관찰 없이는 AI도 아무것도 학습할 수 없으니, 기술과 사람의 협업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현재 이 분야에서 주목받는 연구들의 흐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아프리카 줄무늬쥐 발성 122,619건 분석을 통한 개체 식별 및 감정 전달 가능성 확인
- 침팬지의 16가지 복합 발성 조합에서 구문과 유사한 의미 생성 패턴 발견
- 보노보의 복합 발성이 긴장된 사회적 상황을 나타내는 신호로 사용된다는 규명
- 얼룩말핀치가 인간이 분류한 발성 유형을 스스로도 의미 단위로 구분한다는 실험적 확인
- 2025년 돌리틀상(Dolittle Prize) 수상: 플로리다 야생 돌고래에서 언어 유사 의사소통 체계 발견
돌리틀상(Dolittle Prize)은 동물 의사소통 해독에서 중요한 성과를 낸 연구팀에 10만 달러를 수여하는 상으로, 영국 사업가 제레미 콜러가 후원합니다. 특정 종이 인간과 소통하고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한 채 독립적으로 의사소통한다는 점을 증명하면 최대 1천만 달러의 투자나 50만 달러의 현금을 지원한다고 하니, 이 분야에 얼마나 많은 관심과 자본이 쏠리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출처: Earth Species Project).
양방향 소통, 가야 할 방향인가 — 기대와 우려 사이
동물의 말을 듣는 것에서 나아가, 인간이 동물에게 말을 거는 양방향 종간 소통(interspecies communication)을 목표로 한다는 연구진들의 발언은 설레는 동시에 불편함을 동시에 줬습니다. 종간 소통이란 서로 다른 종 사이에서 정보나 감정을 주고받는 행위를 말하는데, 이것이 실현됐을 때 과연 동물에게 이로울지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립니다.
베르테는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면 꿈같겠지만, 매우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녀가 우려하는 건 침팬지·보노보와 대화하는 관광 산업으로 이어질 가능성입니다. 인간의 개입을 이해하지 못하는 동물들이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죠. 하버드 대학교 마틴 서벡 교수도 "야생 동물의 정신에 영향을 주고 싶지 않다"며 음성 재생 실험 자체를 극도로 제한하고 있다고 했습니다.
반면 매테본은 양방향 소통이 아니더라도 동물의 발성 체계를 이해하는 것 자체가 동물 복지에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예를 들어, 일본 열차들이 사슴의 경계 발성을 모방한 신호음을 활용해 충돌 사고를 줄이고 있다는 사례는 꽤 설득력 있었습니다. 농장 동물이나 실험 동물의 스트레스 수준을 발성으로 비침습적으로 파악한다면, 혈액 검사 없이도 복지 상태를 모니터링할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이 논쟁에서 양쪽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기술이 앞서가면서 윤리 기준이 뒤따라오지 못할 때 발생하는 문제는 동물 분야에만 국한된 게 아니니까요. 동물 의사소통 연구가 올바른 이유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양방향 소통 쪽으로의 상업적 확장에는 훨씬 엄격한 잣대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출처: 런던 경제대학교 철학과).
동물이 우리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것과, 그 말을 듣기 위해 그들의 세계에 무분별하게 개입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입니다. 과학이 동물을 더 잘 이해하는 도구가 되어야지, 더 잘 활용하는 도구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게 제가 이번 연구들을 보며 갖게 된 결론입니다. 평소 강아지나 새가 내는 소리 하나에도 뭔가 의미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이제는 그 직관이 과학으로 뒷받침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 과학이 동물의 편에 서는 방향으로 쓰이길 바랍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6/03/science/animal-interspecies-communic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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