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금반지 발견 (금속탐지, 매장문화재, 고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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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로마 금반지 발견 (금속탐지, 매장문화재, 고고학)

by trip.chong 2026. 6.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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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럭 운전사 출신 퇴역 군인이 영국 서머싯의 들판에서 삽 한 번에 1,700년 된 로마 금반지를 캐냈습니다. 무게만 48그램, 중앙에는 두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탄 승리의 여신이 새겨진 보석이 박혀 있습니다. 저도 박물관에서 유리 너머로 유물을 볼 때마다 "이걸 누가 끼고 다녔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했는데, 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그 궁금증이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금속탐지
금속탐지

금속탐지기 한 대가 바꾼 역사의 한 페이지

케빈 민토(68세)는 금속탐지 활동을 하는 퇴역 군인 단체의 일원으로 일민스터 인근 들판을 수차례 탐사했습니다. 2017년에는 같은 장소에서 로마 동전 무더기를 먼저 건졌고, 이후 납으로 안감을 댄 관(棺)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금반지까지 손에 넣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핵심 개념이 하나 등장합니다. 바로 매장문화재(Treasure Trove)입니다. 매장문화재란 땅속에 묻혀 있어 본래 소유자를 알 수 없는 역사적 유물을 가리키며, 영국에서는 발견자가 이를 반드시 지역 유물 담당관에게 신고해야 할 법적 의무를 집니다. 신고를 받은 검시관(Coroner)이 조사에 착수하고, 국립 또는 지역 박물관이 공익 취득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보상금은 발견자와 토지 소유주가 나눠 갖는 구조입니다.

민토가 받은 보상금은 약 19,500파운드(약 3,400만 원). 그는 그중 절반을 함께 탐사한 친구에게 나눠줬음에도 주택 담보 대출을 갚을 만큼 남았다고 했습니다. "취미 활동이 이 정도 결과로 이어질 줄은 몰랐다"는 그의 말이 솔직하게 다가왔습니다.

저도 어릴 때 마당을 파다가 오래된 동전이나 특이한 돌을 찾으면 보물이라도 발견한 양 신이 났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그건 역사적 가치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흙을 뒤집는 순간의 두근거림만큼은 민토의 감각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반지 하나에 담긴 로마 시대의 맥락

이 반지가 단순한 금붙이가 아닌 이유는 그것이 품은 도상학적(Iconographic) 맥락 때문입니다. 도상학이란 미술 작품이나 유물에 새겨진 이미지의 상징적 의미를 분석하는 학문으로, 이 반지 중앙에 새겨진 '두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탄 승리의 여신' 이미지는 로마 귀족 혹은 지방 행정 관리가 권력을 과시하는 방식으로 자주 사용했던 모티프입니다.

사우스 웨스트 헤리티지 트러스트(South West Heritage Trust)의 수석 큐레이터 아말 크레이셰는 이 반지와 동전들이 서기 297년경에 함께 매납(埋納)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습니다. 매납이란 유물을 의도적으로 땅에 묻어 보관하는 행위를 뜻하며, 당시처럼 정치적 혼란기에 귀중품을 숨기기 위한 수단으로 자주 활용되었습니다. 실제로 이 반지가 묻힌 시기로 추정되는 서기 286~296년은 로마 제국이 카라우시우스(Carausius)의 반란 등으로 분열과 내분을 겪던 시기였습니다(출처: 대영박물관).

크레이셰는 이 저택의 주인이 지방 행정에 관여했거나 서머싯 남부에 농장을 소유한 부유층이었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당시 서머싯 남부는 포스 웨이(Fosse Way)라는 로마 간선도로가 통과하는 무역 요충지였고, 빌라와 정원이 밀집한 부유한 지역이었습니다. 반지 하나가 그 시대의 사회·경제적 구조를 드러내는 증거가 된다는 점이 저는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여행지에서 유적지나 문화재를 돌아볼 때 느끼는 게 바로 이런 부분입니다. 현장 앞에 세워진 안내판이나 박물관 설명문보다, 실물 유물이 주는 밀도가 훨씬 진합니다. 이 반지를 보는 순간 1,700년 전 누군가의 손가락이 선명하게 떠오르는 것처럼요.

이 반지가 품고 있는 역사적 맥락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매납 추정 시기: 서기 297년경, 로마 제국 내분기
  • 주인 추정: 서머싯 지역 지방 행정 관리 또는 부유한 농장주
  • 도상: 두 마리 말이 끄는 전차를 탄 승리의 여신(빅토리아)
  • 발견 장소: 포스 웨이 인근, 무역 활동이 활발했던 지역

아마추어 발굴이 공식 고고학과 만나는 지점

금속탐지기 취미를 바라보는 시선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뉩니다. "아마추어가 유적지를 훼손할 수 있다"는 우려와, "공식 조사가 닿지 못하는 곳에서 의미 있는 발견을 이끌어낸다"는 평가가 공존합니다. 저는 이 두 입장 모두 충분히 타당하다고 생각하는 쪽입니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PAS(Portable Antiquities Scheme)라는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PAS란 금속탐지기 사용자를 포함한 일반 시민이 발견한 유물을 자발적으로 등록하고 기록하도록 장려하는 공공 데이터베이스 체계입니다. 이 제도 덕분에 민토처럼 법적 의무를 성실히 이행한 발견자들의 데이터가 고고학 연구에 적극 활용되고 있습니다(출처: Portable Antiquities Scheme).

사우스 웨스트 헤리티지 트러스트는 이 반지와 동전 일괄을 인수하기 위해 78,010파운드(약 1억 3,600만 원)를 모금했습니다. 이 금액은 토지 소유주와 민토에게 동등하게 배분됐고, 반지는 장차 서머싯 박물관(The Museum of Somerset)에 전시될 예정입니다. 현재는 지역 초등학생들이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지역사회 참여 프로그램에 활용되고 있는데, 아이들이 "누가 이 반지를 끼고 있었을까, 왜 묻었을까"를 직접 추측해 보는 장면이 유독 마음에 남았습니다.

솔직히 이건 예상 밖이었습니다. 박물관 유리 케이스 속이 아니라 아이들 손 위에서 먼저 공개된다는 방식이요. 제 경험상 유물은 가까이 있을수록 역사가 피부로 느껴집니다. 멀리서 보면 전시품이지만, 손에 쥐면 이야기가 됩니다.


유물 하나가 땅 위로 올라오기까지는 우연, 법, 전문가의 해석, 공동체의 의지가 모두 필요합니다. 민토의 발견은 그 모든 것이 제대로 맞아떨어진 드문 사례입니다. 역사에 관심 있다면 가까운 박물관에서 로마 시대 유물 전시를 한 번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설명문보다 실물이, 실물보다 그 앞에서 직접 상상하는 시간이 훨씬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참고: https://edition.cnn.com/2026/06/04/science/roman-ring-detectorist-uk-scli-in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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